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원내부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를 포함한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했는데, 곽 의원이 지난 2일 탄핵안의 법제사법위 회부 표결에서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것을 두고 친명계와 강성 당원의 비난이 빗발친 탓이다. '당원 민주주의' '당론'이라는 명분 아래 강성 친명 지지층에 휘둘려 소수의견조차 용납되지 않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곽 의원은 표결 이후 "제안 설명만으로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기권했다"며 "법사위에서 탄핵 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실제 민주당의 박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는 음주 추태 루머까지 포함됐다. 탄핵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확인되지 않은 일까지 적시한 것은 무리한 탄핵 추진이라는 방증이다. 이 전 대표와 관련된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를 겨냥한 무리한 보복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의원을 향해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갔는지 곱씹으라"는 등의 극언이 올라왔다. 이 전 대표와 다른 의견을 밝힌 이들을 '수박'으로 낙인찍어 배척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린 공격에 낙망의 탄식이 나온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팬덤정치는 헌법기관인 의원의 양심에 따른 판단을 억압하고 강성 당원이 요구하는 당론만을 강요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자제시켜야 할 지도부마저 '당론에 대한 인지 부족'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곽 의원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고, 이 전 대표 팬카페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충성 경쟁장이 된 모습 또한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에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도 극단적 팬덤정치의 폐해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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