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하지만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2021년 8월 금리 인상 이후 3년 간 유지되던 긴축 통화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완화를 준비하는 이유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4% 상승하며 3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는 등 물가 안정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건설업 중소기업 서민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점도 금리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시중 금리가 먼저 하락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 상황으로 볼 때 지금의 금리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며 인하 시점 결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가계부채의 급격한 상승과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금리인하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여 자칫 금리인하를 서두르다 환율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한은 금리인하 시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과거 “한은이 정부에는 독립적이지만 Fed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예상대로 9월 Fed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은도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 가계부채, 부동산이 안정된다면 8월로 인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9월로 연기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등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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