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기간도 아닌데 자꾸만 아랫배 통증이 느껴진다면 골반염 전조 증상일 수 있다. 골반염은 방치하면 불임·자궁 외 임신을 일으키는 난관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골반염은 자궁 경부(頸部), 자궁 내막, 난소, 난관, 자궁 주위 조직 등 상부 생식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성 전파성 병원균인 임질균과 클라미디아균이다.
상재홍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세균성 질증 균들도 상부 생식기계에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조직 손상이 생기면 다른 균주들이 질(膣)이나 자궁 경부, 상부 생식기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골반염 주증상은 골반통, 발열, 진찰 시 자궁 경부나 난소, 난관 등 자궁 부속 기의 통증이다. 이 밖에 질 분비물 증가, 갑자스러운 생리량 증가, 열감 및 오한, 배뇨 시 불편감 등 비뇨생식기계 이상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전혀 없을 때도 있어 진단하기 쉽지 않다.
상재홍 교수는 “아랫배 통증은 의심되는 원인이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골반염을 방치하면 불임·자궁 외 임신을 일으키는 난관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만성 감염증을 일으켜 골반에 만성적인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골반염은 진단 시 의사의 내진을 통해 골반강 내 염증 징후를 확인하며, 질과 자궁내경관에서 냉증, 고름 등 분비물 여부를 확인하고, 분비물 배양 검사를 시행해 균을 동정(同定)한다.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복강경 등을 이용한 검사도 도움이 된다.
골반염을 치료하려면 불임과 자궁 외 임신을 일으키는 난관 손상 및 만성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임질균·클라미디아균·그람 음성균·혐기성균·연쇄상구균 등 병원균에 항균력을 가지는 경험적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도, 중등도 골반염은 경구 약물 치료가 입원 치료만큼 효과적이므로 통원 치료를 시행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농양 등이 의심되면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임신 중 골반염이 생겼거나, 경구 항생제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급성 충수염 등 수술적 응급 질환을 배제할 수 없다면 입원 치료가 권장된다.
골반염이 심하면 골반강 내 고름 덩어리인 난관 난소 농양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난관·난소·장 등이 염증으로 엉겨 붙어 거대한 덩어리가 된 것으로, 입원해 광범위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재홍 교수는 “난관 난소 농양의 75% 정도는 항생제 치료만으로 호전되지만 이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나 고름을 빼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며 “또한 골반염이 있는 여성은 클라미디아와 임질균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골반염 치료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는 콘돔 사용 등 안전한 성생활 실천이 필수적이다. 일단 성병에 감염되면 치료 완료 시까지 성관계를 삼가야 한다.
상재홍 교수는 “아랫배 통증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골반염 가능성을 의심하고 즉시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초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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