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다가오는 에어택시 시대
파리 올림픽서 시범 서비스 유력
내년 에어택시 상용화 원년 될 듯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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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선 '하늘을 나는 택시'를 실제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당국이 올림픽 기간 중 전동 비행 택시, 이른바 '에어 택시'나 '플라잉 택시'로도 불리는 운송 수단의 시험 운행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밝혔기 때문이다. 파리 운행에 투입될 기체는 독일 스타트업 볼로콥터(Volocopter)가 개발한 2인승(조종사 포함) 전동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2X'다. 시내 북동부, 남서부 등을 잇게 될 이 택시의 이용료는 일반 택시의 2배 수준인 16만 원 정도. 프랑스 정부는 시험 운행을 통해 에어 택시의 편익을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파리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운행이 최종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당국의 시험 운행 승인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아처 에이비에이션(Archer Aviation)의 '미드나이트'가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에어 택시 상용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인증(파트 135)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드나이트는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는 eVTOL이다. 파트 135를 얻었다는 것은 승객에게 돈을 받고 에어 택시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자격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조비 에이비에이션(Joby Aviation)의 'S4'에 뒤이은 두 번째 인증이었다.
아처는 "자동차로 최대 90분이 걸리는 통근 시간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소음이 적은 에어 택시 비행을 통해 20분 이내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미국 뉴욕 시내에서 시험 비행까지 선보인 조비와 아처의 상업 서비스 개시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에어 택시를 타고 하늘길을 비행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이르면 내년부터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UAM 시장, 10년간 100배 성장 전망
eVTOL은 제조사마다 생김새가 달라도 작동 원리는 같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다 날아오르는 기존 비행기와 달리, 수직으로 떠서 공중을 비행한다.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에너지로 움직인다. 그래서 기름을 쓰는 일반 비행기보다 주행 거리가 짧지만,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장점과 맞물려 도심 단거리 비행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eVTOL 제조사로는 미국 조비와 아처, 독일 볼로콥터, 프랑스 에어버스,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중국 이항홀딩스 등이 꼽힌다. 대체로 스타트업이긴 하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거대 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다. 아처는 미국 스텔란티스, 프랑스 푸조, 이탈리아 피아트 등의 투자를 받았고,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으로부터는 미드나이트 200대 선주문 계약을 따냈다. 경쟁사 조비는 일본 도요타와 미국 델타항공을 투자사로 두고 있고,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아메리칸항공, 버진애틀랜틱 등에서 사전 주문을 확보했다.
전략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에어 택시 업체들이 유치한 투자금 총액은 222억 달러(약 30조7,026억 원) 정도다. 에어 택시 개발부터 허가까지 10억 달러(약 1조3,830억 원)가 든다는 업계 추산을 감안하면, 200종 이상 개발하고도 남는 돈이 이미 에어 택시 시장에 투입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세계 도심 항공 교통(UAM) 시장 규모가 내년 15억 달러(약 2조744억 원)에서 2035년 1,510억 달러(약 208조8,18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상용화만 되면 10년간 100배 넘게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은 에어 택시가 도심 교통 시스템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에어 택시는 300~500m의 저고도 공중을 활용, 포화 상태인 지상·지하 교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작년 뉴욕 시내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한 조비의 S4는 맨해튼에서 JFK공항까지 단 7분 만에 이동했다. 차량으로는 30분 이상 걸리는 구간이다. 시속 자체도 평균 320㎞로 일반 택시보다 월등히 빠른 데다, 하늘에는 교통 체증도 없는 탓에 이동 시간의 획기적 단축이 가능하다.
전기를 쓰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운영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제조사들은 또 eVTOL이 내연기관 엔진으로 구동되는 헬리콥터보다 소음이 적고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조비는 자사 eVTOL이 가장 시끄러울 때의 소음은 '에어컨 소음 수준'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도심 곳곳 정류장... 소음 문제 어쩌나
eVTOL의 기술 수준 자체는 '내년 서비스 시작'도 무리 없을 만큼 완성 단계에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각국 정부의 까다로운 승인을 받아내는 게 최대 관건이다. 아처와 조비의 경우, 가장 높은 산을 넘기는 했지만 항공기 설계와 부품 등에 대한 적합성 판단 등을 FAA에서 추가로 받아야 한다. eVTOL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항공기인 만큼 당국의 점검 과정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독일 볼로콥터도 프랑스 당국의 시험 운행 승인을 받긴 했으나 유럽연합(EU)의 상업 운행 승인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에어 택시를 기존 도시 교통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할지도 골치 아픈 문제다. 에어 택시의 이착륙 장소를 뜻하는 '버티포트(vertifort)'는 도시에 이미 갖춰진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유사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헬기와는 달리 다양한 크기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전기 충전도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승객이 안전하게 승하차하고 드론이나 헬기, 다른 에어 택시 등과의 충돌을 피하려면 지상 곳곳에는 일종의 정류장이, 하늘에는 '전용 도로'가 각각 필요하다. 정류장은 악천후를 만나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비상착륙하는 경우도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해야 한다. 이미 꽉 찬 도심에서 그만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주민들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건 더 까다롭다. 항공산업 전략컨설팅업체 SMG컨설팅의 설립자 세르지오 세쿠타는 "한 대의 에어 택시가 날아다니는 정도로는 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벌이 아니라 벌집이 주변에 있다고 가정해 보라"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안전 우려와 소음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였다.
"소수의 부자만을 위한 수단 될 것"
결국 서비스를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실제로 승객들이 이용할 것인가'는 또 다른 얘기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택시 대비 비용이 비싸다는 점은 대부분의 예비 승객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용료도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하지 않으나, 제조사들은 에어 택시와 기존 택시의 격차를 '비행기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간 가격차'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에어 택시의 최대 탑승 인원이 '4명'임을 감안하면, 결국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에어 택시 운행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지금까지 2만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 택시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무인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 찬반 논란과도 비슷하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시 당국과 시민들 반대에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의 로보택시 연중무휴 운행을 허용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자율 주행 선도 도시'로 만들려는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런 결정 직후 로보택시가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해당 업체에 대한 운행 허가를 취소했다. 그 결과, 로보택시 업계 전반의 발전 속도도 도리어 둔화했다. 미국 테크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 번이라도 사고를 일으키면 오랜 기간 퇴출될 수 있다"며 상용 서비스 개시 직후 1, 2년이 에어 택시의 대중화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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