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룰에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후보자 비전을 밝히는 정견 발표를 하기도 전에 당원 투표를 시작하는 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전부터 시행해온 방식인 만큼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공고한 상황에서 '언더독'으로서 각을 세워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 캠프 백왕순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전당대회 경선 룰이) 상식을 벗어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불공정한 부분이 많아 심히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중앙당선관위에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역경선에서 후보자 정견 발표 전에 시작되는 권리당원 투표 방식 △국민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 반영 △후보자 의견 수렴이 없었던 절차를 들며 "이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캠프에서 문제 삼는 여러 룰은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개정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부터 시행돼온 관행에 가깝다. 권리당원 투표는 지역 순회경선 현장에 모인 당원들에게 당일 곧바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전날부터 투표를 해왔다. 국민여론조사에 지지층과 무당층만 반영하는 것도 여야 할 것 없이 역선택 방지를 위해 택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에 선출된 2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이에 당에서는 김 후보가 불공정 문제를 고리로 언더독 전략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구도가 불리한 만큼 어떻게든 판을 흔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당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에 선관위에서는 정견 발표 뒤에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늦추면서 제도 보완을 했다"며 "캠프에서 관심 끌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 본인으로서는 마케팅하는 것이니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권리당원 투표 방식 자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견 발표를 아무리 일찍 마친다 하더라도 이후 한 시간가량이 지나면 투표가 마감되기 때문에 지역별 공약이나 후보자의 비전을 듣고 판단할 시간이 촉박하다.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은 56%로, 당대표 선거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2년 전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당시에도 문제라고 느끼긴 했지만, 룰에 대해서 말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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