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보훈청 상대 행정소송 패소
6·25 전쟁 때 국군 지시를 받아 쌀을 옮겼다는 이유로 조선인민군(북한군)에게 총살된 민간인을, 국가유공자로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6·25 때 인민군에게 사살된 A씨의 자녀가 서울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5월 14일 청구 기각 결정했다.
A씨는 6·25 전쟁 당시 국군 지시를 받아 창고에 보관 중인 쌀을 옮기는 등 부역에 동원됐다. 북한군은 이를 문제 삼아 1951년 10월 15일 그를 총살했다. 유족은 A씨가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 중 사망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유공자법상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다. 그러나 보훈심사위원회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지만, 법원도 A씨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몰군경은 △군인이나 경찰관으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사망한 경우 △군무원으로 1959년 12월 31일 이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순직군경은 군인이나 경찰·소방관으로서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때가 요건이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작성한 6·25 피살자 명부에 A씨 이름이 기재돼 있는 건 인정했지만, 이를 A씨가 전사했다는 증명서로 판단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6·25 사변으로 사망했다는 것 외에 전투에 준하는 행위 또는 이와 관련한 교육훈련 중 사망했다는 것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를 전몰군경이나 순직군경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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