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D-1 분위기]
“신이 살렸다”… 민주 적대감에 결집
펜스로 행사장 꽁꽁… 밀워키 긴장감
통합 강조할수록… 분열 심화 가능성
“어제 일어난 일은 정말 좋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만난 50대 여성 당원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겨누며 ‘피융’ 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13일 유세 도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귀를 지나간 총알이 하마터면 그의 머리를 뚫을 뻔했다는 뜻이었다. 15~18일 이 도시에서 열리는 ‘공화당 축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자리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회 주인공이 치명상을 입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날 미국과 전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은 미 수사 당국에 의해 암살 미수로 규정됐다. 이 여성은 “이번 선거(11월 대선)는 정말 중요하고, 신이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무엇인가를 얘기했다고 본다”며 “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트럼프는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고배를 든 2020년 대선과 달리, 오는 11월에는 신의 가호를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리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이는 공화당 지지층만의 예감이 아니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홈구장 파이서브포럼 검색대 출입구 앞에서 만난 민주당 지지자 80대 밥 쿤스트의 논리도 같았다. “트럼프는 죽을 수 있었지만 신의 개입으로 살아남았고, 그것은 대선 승리의 예약”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히틀러? 민주당 뻔뻔”
이런 일종의 신앙심과 함께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또 하나의 정념은 적대감이다. 60대 백인 부부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은 틀렸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이라고 했다. 이어 “정적을 제거하고 국가에 혼란을 일으키는 게 본인들인데도 뻔뻔한 민주당은 트럼프를 (나치 독일 지도자였던 아돌프) 히틀러라고 부른다”고 비난했다. 40대 브래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두고 “공화당원들이 (대선 때) 밖으로 나와 투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 대선 후보를 잃을 뻔한 공화당은 각오가 비장하다. 행사장 둘레를 높이 2m가 넘는 철제 펜스로 감싸 보행자 이동을 통제하고, 방탄조끼를 입은 무장 경찰도 곳곳에 배치했다. 보행자 통제 구역 밖에는 차량을 막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행사장인 파이서브포럼에 들어가려면 출입증 3개가 필요하다. 일요일 밀워키는 고요했지만 긴장감이 팽팽했다.
죽을 위기를 겨우 넘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밀워키행을 강행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총격범이 계획을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썼다. ‘대관식’은 미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 기간 부통령 후보가 공개되고, 최종일인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 대미를 장식한다.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당 후보여도 2016년 당시의 그가 아니다. 당을 완전히 장악했고, 고령 약점을 숨기지 못한 경쟁자가 자멸 중이다. 기사회생은 금상첨화였다.
큰 통합 방해하는 작은 통합
승기를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통합’ 행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올 3월 경선 포기 선언 때까지 온건파를 이끌며 자신을 위협했던 당내 정적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전당대회 연설자로 불렀다. 당초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공개한 연설자 명단에 헤일리 전 대사는 없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적대감이 만연한 미국의 이념적 분열상이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의 진단이다. 상대 진영을 향한 보혁 양측의 분노와 의심, 비난이 확산 중이라는 것이다. 진영 내 통합은 대결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진영 간 화해를 더 험난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유세 도중 총에 맞아 다친 뒤 얼굴에 피가 묻은 채 주먹을 휘두르며 청중에게 외친 말은 바로 “싸워(Fight), 싸워, 싸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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