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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39마리... 태어난 지 30일 된 닭들이 복날 위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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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39마리... 태어난 지 30일 된 닭들이 복날 위해 죽는다

입력
2024.07.15 16:00
수정
2024.07.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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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LCA, 복날 행사 및 보고서 발간
사육부터 도축 전 이송과정까지 학대 이뤄져


닭고기 대기업의 한 위탁 사육 농가에서 질병에 감염된 닭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길러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닭고기 대기업의 한 위탁 사육 농가에서 질병에 감염된 닭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길러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뒤 처음 맞는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대형 배너가 펼쳐졌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과 국제 동물권 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고통 받는 닭의 현실을 알리고,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개최한 '2024 복날추모행동' 행사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에는 음악가 겸 배우 백현진이 내레이터로 참여한 닭의 고통을 알리는 캠페인 영상이 송출됐다. 또 려인 무용단의 진혼무와 함께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사육장에 헌화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보신, 동물의 죽음은 필요 없다", "1억 아기새의 죽음을 애도하며" 등의 문구가 담인 손팻말을 들고 광화문 인근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치킨, 삼계탕 집을 지나며 동물의 고통이 없는 복날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도살된 닭만 1억 마리, 대부분은 병아리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시민들이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고통 받는 닭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2024 복날추모행동'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시민들이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고통 받는 닭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2024 복날추모행동'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두 단체는 이날 복날을 맞아 삼계탕에 이용되는 '백세미'의 밀집 사육 실태를 잠입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인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의 참혹한 삶'을 발표했다. 닭고기 대기업 세 곳과 각각 계약된 충청과 전라 소재 위탁 사육 농가들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간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세미는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육계(종계)와 알을 낳는 산란계(실용계)를 교잡해 만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종이다. 삼계탕 이용에 적합하도록 한 달여 만에 평균 800~850g의 무게로 성장하게끔 개량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복과 중복이 있던 7월 한 달간 도살된 닭은 1억368만8,000마리에 달하는데 대부분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병아리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1분에 2,300마리, 1초에는 39마리의 닭이 도살됐다.

사육부터 도축 전 이송과정까지 학대 이뤄져

밀집 사육되며 고통 속에 길러지는 닭들의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밀집 사육되며 고통 속에 길러지는 닭들의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들은 농장에서의 사육부터 도축장으로의 이송까지 닭에 대한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사 결과 닭들은 분변과 암모니아 가스로 가득한 비위생적 밀집 사육환경에서 길러지고 있었다. 이는 닭에게 깃털 손실, 발바닥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또 카니발리즘(스트레스가 축적돼 다른 새의 깃털을 쪼거나 심한 상처를 입히는 공격적 행동)으로 상처 입거나 각종 질병에 걸린 닭들은 치료 없이 방치되고,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4 복날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사육장에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4 복날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이 담긴 사육장에 헌화하고 있다. 뉴스1

특히 한 농장에서는 작업자가 살아있는 닭의 목을 비틀어 도태시키는 정황이 포착됐다. 닭은 몸부림치며 죽음에 이르렀고, 닭의 사체는 인근 숲에 무단 투기되고 있었다. 또 닭을 트럭에 싣는 상차 과정에서도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작업자들은 최대 닭 14마리를 양 손가락에 끼워 트럭에 던져 실었는데, 이는 닭의 다리를 부러뜨리며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장이 더디거나 병약해 남겨진 닭들은 먹이와 물 없이 수일간 방치됐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동물 학대뿐 아니라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병들며 사육된 닭이 삼계탕이라는 건강 보양식으로 둔갑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미국 등에서는 밀집 사육 제도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는 윤리적이고 건강한 복달임 문화를 선택하고, 정부는 밀집 사육 관행을 종식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밀집 사육 농장에서 발바닥 피부염을 앓고 있는 닭의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밀집 사육 농장에서 발바닥 피부염을 앓고 있는 닭의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상차 과정에서도 닭들은 작업자들로부터 발길질을 당하고 케이지에 마구잡이로 던져졌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상차 과정에서도 닭들은 작업자들로부터 발길질을 당하고 케이지에 마구잡이로 던져졌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 소장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 사체 무단 투기 등 법적 위반 사항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점검과 단속,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보고서의 내용과 시각 자료는 동물해방물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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