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탐문수사·CCTV분석 등 본격 수사
경북경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초복에 동네 주민들과 오리고기를 나눠 먹었다가 중태에 빠진 주민들에게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당초 식중독으로 알려졌으나 누군가 고의로 농약성분을 넣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16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한 마을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나눠 먹고 심정지와 근육 경직 증세를 보인 60∼70대 여성 3명의 위에서 농약 성분이 확인됐다. 이들의 위 세척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한 결과다. 중태에 빠진 3명은 모두 호흡 곤란과 침 흘림, 근육 경직을 보였다. 세 명 중 1명은 심정지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 맥박은 돌아왔으나 여전히 의식이 없다. 다른 2명도 의식불명 상태다.
또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던 다른 할머니 1명도 유사증상을 보여 16일 오후 병원에 입원했다.
사건 당일 이들을 포함한 경로당 회원 41명은 함께 오리고기를 나눠 먹었다. 당초 식중독으로 알려졌으나, 복통과 설사 등으로 시작하는 식중독과 증상이 달라 독극물 중독도 의심됐었다. 경찰은 경로당 회원 등을 상대로 탐문에 나서는 한편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고의로 음식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에선 2015년 7월 14일 초복 다음 날 상주시 한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7명 중 6명이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나눠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범인은 당시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91)씨로 밝혀졌다. 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국내 최고령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듬해 3월엔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에서 냉장고에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2명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A(당시 74)씨는 같은 달 31일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자신의 축사 부근에서 음독 자살한 채 발견돼 사건의 진상은 미궁에 빠졌다. 상주와 청송사건에선 모두 당시 판매가 금지된 고독성 농약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