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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바이어 총동원 ②산지 늘리고 ③물량 쌓자...장마철 유통업계 '채소 공급'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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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바이어 총동원 ②산지 늘리고 ③물량 쌓자...장마철 유통업계 '채소 공급' 작전

입력
2024.07.1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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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지방 호우로 상추·시금치 급등
피해 적은 지역 다니며 물량 확보
고지대 있거나 배수로 잘 갖춘 밭 선호
양파·감자는 비축, 공급 부족 때 꺼내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이마트에서 상추 등 엽채류 구매를 맡은 최우택 바이어는 충청, 호남 지역에 내린 폭우가 잦아들던 11일 핸들을 잡았다. 상추밭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에 이틀 일정으로 호우 지역은 물론 경기, 강원, 영남까지 여러 산지를 돌아다녔다. 비 피해가 크지 않은 상추 밭에서 물량을 확보하면서 눈여겨본 부분은 배수로와 차양막.

배수로를 잘 관리한 농가의 밭은 앞으로 강한 비가 닥쳐도 빗물에 잠길 가능성이 낮아 챙겨뒀다. 차양막을 꼼꼼하게 갖춘 곳과도 연락을 이어가기로 했다. 비를 맞아 젖은 채 곧바로 따가운 여름 햇볕을 쬐면 물러지기 십상인 채소 품질을 높이려면 그늘은 필수다. 그는 "장마철에는 호우가 비껴간 밭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해 산지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한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장대비, 무더위 이후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매장 방문객 수는 줄고 매출이 나빠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 당장 대형마트는 상품성 있는 채소, 과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산지 다변화, 물량 비축 등에 나서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상추 100g 소매 가격은 1,881원으로 한 달 전인 6월 14일 897원과 비교해 109.7% 뛰었다. 같은 기간 시금치 역시 765원에서 1,478원으로 93.2% 올랐다. 이달 초순 충청, 호남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채소밭이 침수된 여파다. 오이, 당근, 깻잎 등도 장마 피해로 가격이 상승했다.

채소, 과일을 대량으로 사 소비자에 내놓는 대형마트는 변화무쌍한 여름철 농산물 공급과 가격을 관리하기 위해 산지 다변화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 이마트 바이어처럼 장마가 내린 후 산지를 둘러보는 일은 기본이다.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하는 계약 재배 농가, 70%를 맡는 경매 물량 생산 농가를 두루 살핀 후 질 좋은 상품을 고른다.


작황 부진 땐, 농산물 빼는 백화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상추, 시금치를 예로 들면 충청, 호남 말고 경기, 강원, 영남에서 확보한 물량은 값이 갑자기 뛰는 것을 방지한다. 실제 이날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적상추 1팩(200g)은 3,280원으로 6월 16일 대비 800원 올랐다. 전체 소매 가격 상승률보단 낮은 수준이다.

대형마트는 5월 말~6월 초 기존 계약 재배 농가 점검과 함께 신규 농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침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지대에서 양질의 밭을 가꾸거나 배수로·차양막 등 인프라를 잘 갖춘 농가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롯데마트는 경북 청도·경산, 경남 함안 등 영남에 있는 복숭아 주요 산지가 장마로 피해를 볼 경우 충북 충주, 전북 임실·무주로 공급처를 옮길 계획이다. 산지를 넓히면서 가능해진 '플랜B'다.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농산물을 창고에 비축해 놓기도 한다. 이마트는 장기 저장이 가능한 양파, 단호박, 감자 등을 6월 15일부터 자체 농산물 가공·유통센터인 '프레시센터', 산지 협력사 창고에 쌓아뒀다. 여름철 기상이변으로 물량이 감소할 때 꺼내 팔기 위해서다.

농산물을 대규모로 취급하지 않는 백화점은 대형마트 수준으로 많은 산지를 확보하거나 물량을 창고에 쌓아두지 않는다. 대신 폭우·폭염 피해 작물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맛과 모양이 뒤처지는 채소, 과일은 백화점 기준인 A급 상품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 8월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복숭아, 수박을 매대에서 뺀 대형 백화점이 한 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날씨 변동이 심한 여름에는 농산물을 원활하게 공급받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며 "유통업체마다 농산물 물량 확보를 위해 인력을 끌어모아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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