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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캠프 출신 낙하산 노골적 투하"... 농협중앙회 인사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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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호동 캠프 출신 낙하산 노골적 투하"... 농협중앙회 인사 파행

입력
2024.07.17 04:30
수정
2024.07.18 1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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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캠프 출신 요직 차지
2010년대 퇴직자까지 돌아와 임원 되는 파행
계열사 대표로 퇴임 후 다른 계열사 대표 차지
직원들 "열심히 일할 필요 있나, 캠프에 줄 대지"

강호동(아랫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농협중앙회장이 3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경남·부산·울산농협 현장경영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농협제공

강호동(아랫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농협중앙회장이 3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경남·부산·울산농협 현장경영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농협제공

"농협중앙회 주요 요직, 계열사에 강호동 캠프 출신만 내려 꽂혀요. 캠프에 줄만 잘 서면 되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계열사 대표 퇴직 후 쉬다가 다른 계열사 대표로 다시 돌아오는 분들 보세요." (농협중앙회 관계자)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나 계열사의 주요 보직이 캠프 출신 '올드 보이(OB·퇴직한 임직원)'들의 차지가 되면서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그간 농협임직원 인사는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견제 장치도 마땅치 않아 선거 보은용 '측근 챙기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과도한 측근 챙기기”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중앙회 계열사나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에 올해 1월 당선된 강 회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측근들이 대거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과거 농협에서 계열사 대표나 임원을 지낸 뒤 퇴임한 인사들이 다시 다른 계열사 대표나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초유의 파행적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2022년 말 퇴임한 뒤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왔다가 중앙회 부회장 자리로 돌아왔다. 농협중앙회의 여행·차 렌탈 관련 계열사인 농협네트웍스의 대표를 지낸 여영현씨도 2022년 말 퇴임 후 강 회장 캠프에 합류했다가 올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농협경제지주 자회사 격인 남해화학의 강남경 부사장도 농협물류 대표를 지내다 2022년 말 퇴임한 인사이며, 농협홍삼 대표에서 같은 해 퇴임한 조영철씨도 올해 농협에코아그로 대표가 됐다. 박서홍 현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 농협경제지주 임원(상무)으로 퇴임한 뒤 선거 캠프에 참여하고 올해 계열사 대표를 차지했다.

심지어 2010년대 퇴임했던 OB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 박석모 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전 NH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6년 퇴임했다가 중앙회로 돌아왔고, 남해화학에는 2018년 지역 본부장으로 퇴임했던 김창수씨가 대표가 됐다. 2016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를 끝으로 퇴직했던 김정식씨는 8년 만에 농민신문사 대표로 취임했다. 범 농협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들에 상근고문 자리를 꿰찬 농협 OB들까지 합하면, 강호동 캠프 출신 OB들 수만도 15명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관계자는 "퇴임 인사가 중앙회 주요 임원으로 임용된 것도, 계열사 대표로 퇴진했던 인사들이 다른 계열사 대표로 임용된 것도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NH투자증권 대표에 증권사 이력 한 줄 없던 사람 밀더니..."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 전경. 농협은행 제공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 전경. 농협은행 제공

농협 안팎에서는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강호동 캠프 내려꽂기’ 인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한 농협 계열사 관계자는 "캠프에 줄을 댄 퇴직 동인(농협 퇴직자)들이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계열사나 자회사 임직원 자리가 강호동 캠프의 재취업창구냐"며 "지지를 표하지 못하거나, 돈을 대지 못한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조도 있었다. 앞서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과정에서 증권사 이력이 없는 농협중앙회 출신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가 농협금융지주가 반발하는 ‘집안 싸움’이 그것이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그 뒤에도 달라진 게 없다"며 "승진하려면 이제 캠프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런 낙하산 투하 배경에는 중앙회장 선거 때문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농협중앙회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지만, 공직선거가 아니어서 후보자가 쓴 선거비용 등은 구체적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중앙회장 선거에 쓰인 비용은 총 3,074만9,000원이다. 이는 말 그대로 '행정비용'일 뿐 후보들이 얼마나 썼는지 비공개다. 한 지역 농협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수억원이 드는 것은 기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면서 "이 때문에 회장 취임 후 보은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이번엔 더 과도한 듯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조합장은 "회장 연봉 2년 치는 선거 비용이라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주요 자리 연봉으로 보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귀띔했다. 농협 중앙회장의 연봉은 약 8억 원이며, 퇴직금은 약 1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농식품부 "인사 문제는 내부 문제...감사 불가능"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농협중앙회의 깜깜이식 '인사'가 감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농협법상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어서 공식적인 인사권이 없다.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은 조합장과 농업인단체, 학계 인사 등으로 이뤄진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 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형식을 거친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회장이 포함돼 있고, 각 부문 대표이사와 전무이사(부회장), 회장과 가까운 지역농협 조합장 등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회장 친정팀'으로 불린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서도 농협 인사권은 예외다. 농식품부는 앞서 12일까지 농협에 대해 현장감사를 진행했는데, 인사 문제는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감사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농협에 위탁을 했는데, 농협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면 문제지만, 내부 보은인사 등은 업무상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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