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S 골프장(9홀) 옆 산황산. 산을 올라가자 우거진 나무가 즐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나무가 듬성듬성했다. 산길 곳곳엔 부러진 나뭇가지와 죽은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기자와 함께 산을 오른 조정(68) 산황산골프장증설백지화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공동의장은 “누군인지 몰라도 9홀 증설을 위해 그린벨트인 산황산의 녹지자연도(현재 6~7등급)를 낮추려고 제초제를 뿌리고 나무를 자르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벨트 내에서도 녹지자연도가 4등급까지 낮아지면 골프장 신설이 가능해진다. 실제 죽은 나무 중에서는 톱으로 자른 흔적이 보였고, 수령 50년 이상 된 상수리나무와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에도 톱 등으로 자른 흔적이 보였다. 산 중간에는 없던 산책로도 생겼다.
경기 일산동구의 야산 산황산이 인근에 골프장을 증설하겠다는 업체와 시민들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황산은 해발 50m 정도 높이의 야트막한 야산이다. 하지만 30~50년 된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 군락과 10~15년 된 활엽수가 2차 천이 단계에 있어 보존적 가치가 높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황토로 이뤄져 있어 더 이상 훼손만 없으면 앞으로 10년 뒤 '도시 숲'으로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황산은 2008년 S 골프장 개장과 함께 훼손이 시작됐다. 산황산 전체 49만9,000㎡ 중 절반인 24만4,000㎡에 9홀이 생겼는데 2013년 남은 절반에 9홀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시민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골프장 측은 2013년 증설 계획을 세운 뒤 2018년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조건부 승인)를 받은 후 고양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지만 시는 ‘미수용’ 결정을 내렸다. 환경영향평가 승인 후 5년 이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해 업체 측은 올해 3월부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이 망가지고 있다는 게 범대위 측 주장이다. 범대위 측은 증설되는 골프장과 경기서북부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경기서북권지사와의 거리가 294m에 불과해 제초제와 각종 독성농약 등이 정수장에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한다. 조 의장은 “ 대부분 독성농약을 쓰는데 정수장이 바로 저 건너편에 있다. 골프장이 조성되면 산도 없어지고 지역 주민은 모두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황산 인근 중앙하이츠 윤판중(69) 주민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9홀과 650m 떨어져 있는데도 밤이면 조명으로 인해 커튼을 쳐야 한다”며 “남은 산황산마저 골프장에 내주는 것이 과연 탄소배출저감을 내세우는 고양시 정책과 맞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고양시장 직권으로 골프장 증설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하라는 입장이다.
S 골프장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했는데 고양시가 주민들의 말만 듣고 규정에 없는 ‘미수용’이라는 말을 앞세워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미뤄 손해를 보게 됐다”며 “나무를 훼손했다는 것은 범대위 측의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골프장 측이 신청한 실시계획인가는 관련 조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미승인했다”며 "실시계획인가 재신청 건은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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