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정성 저해"... 법정 구속은 면해
딸은 "갱생의 기회"... 징역형 집행유예
"경쟁 기회 박탈당한 피해자 있을 수도"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자신의 제자들을 동원해 논문을 쓰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학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교수의 딸에겐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김택형 판사는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A씨에게 18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구속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A씨의 딸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입시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야기하는 행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정당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탈락한 피해자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대학원생 제자들이 대필한 논문을 딸의 실적으로 꾸며 2018년 서울대 치전원에 입학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과제를 위해 제자들에게 동물실험을 지시하고, 이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험 가설을 뒷받침하도록 논문의 실험 수치도 조작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논문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급 저널에 실렸는데, 그의 딸은 실험에 관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연구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고, 상도 탔다. 2018년 치전원에 합격한 데는 이 논문과 수상 경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고등학생 때도 A씨 제자들이 만들어준 학술대회 논문 발표 자료로 '우수 청소년학자상'을 수상하고 2014년 서울 소재 사립대에 과학인재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부녀 모두에게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대학원생들의 지위를 이용해 오로지 딸의 입시를 위해 연구와 무관한 각종 동물실험을 진행하게 하고 데이터 조작까지 하게 했다"면서 "다수의 대학원생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비리 사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정한 처벌 요구와 실제 유사한 사건 형량을 비교해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딸 B씨에 대해선 "징역형 선택은 불가피하지만 아직 어린 피고인에게 사회 내 교화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줌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이 사건이 드러나자 2019년 A씨를 파면했고, 서울대는 같은해 B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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