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탐구생활]
<23> 범아시아로 움직인다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인디 음악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밴드 혁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와 합작해 지난 10일 프로젝트 앨범 'AAA'를 냈다. AAA는 '액세스 올 에어리어스(Access All Areas)'의 약자로, 문화적 경계를 넘어 음악으로 어떤 곳에도 닿을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한국과 대만 밴드를 한데 묶은 키워드인 아시아(Asia)를 강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음악은 두 밴드의 개성을 묘하게 섞어 장점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노래 '영 맨'에서 영원한 젊음의 자비를 구하는 노랫말과 리듬에선 영적 기운이 느껴지고, 즉흥 연주를 토대로 만든 '카이트 워'에선 재능 넘치는 두 밴드가 만나 얼마나 즐겁게 음악을 만들었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범아시아적 합작, 축제... 새로운 흐름
약 한 달 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선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4'가 열렸다. 아시아라는 음악적 한 지붕 아래 7개국 50여 개 팀이 모여 꾸린 축제는 아시아 음악인들끼리 다채로운 음악의 잔칫상을 차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창완 밴드, 그룹 넬, 백예린 등 한국 음악인들을 비롯해 중화권 대표 밴드인 대만의 노 파티 포 차오동, K팝과 영미권 팝 사이를 고혹적으로 헤매는 인도네시아 가수 이샤나 사라스바티 등이 공연을 빛냈다. 동북아 이외 지역의 음악인들과 합작하고 아시아를 아우르는 축제가 열리는 게 요즘 한국 음악 시장의 새로운 풍경이다.
한국 음악 업계가 일본이 아닌 아시아 음악 시장에 관심을 둔 건 오래되지 않았다. 선셋 롤러코스터를 비롯해 '러버 보이'로 국내 음악 마니아들에게 친숙한 태국 가수 품 비푸릿 등이 4~5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아시아 음악 시장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러 K팝 아이돌그룹이 미국에 진출해 한국 대중음악이 '아메리칸 드림'이란 오랜 염원을 채워주는 사이, 아시아에선 '범아시아적 음악 기류'가 만들어졌다. 국내 밴드들은 해외 아시아 음악 축제에 단골로 출연했다. 아시아 가수들은 아시아의 특성을 음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선셋 롤러코스터와 합작한 혁오, 품 비푸릿과 손잡은 밴드 새소년 멤버 황소윤 등이 대표적이다.
K·T팝 섞어 미국 진출한 '록스타'
이런 기류는 최근 주류 K팝으로도 넘어왔다. K팝 간판 아이돌그룹인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지난달 낸 솔로곡 '록스타'에서 K팝와 태국 음악의 요소를 적극 버무렸다. 뮤직비디오 제작은 태국 창작자들이 주도했다. 태국 출신 K팝 스타로 세계적 팝스타가 된 그가 자신의 아시아 정체성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의 실험에 세계 음악 시장도 주목했다. 리사의 '록스타'는 미국 빌보드 인기곡 차트인 '핫100'에서 70위에 올랐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에서 톱30(21일 기준)을 지키고 있다. 미국 진출만을 진정한 해외 진출로 보고, 현지인 멤버로 구성한 K팝 그룹의 현지 데뷔를 K팝의 세계화라고 좁게 해석했던 K팝 세계관에 안녕을 고하는 새로운 물결이다. 아시아가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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