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드러내"
미 정계서 MS 견제 목소리 본격화
지난 18일(현지시간) 시작된 글로벌 정보기술(IT) 대란을 부른 건 단 한 개 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스템에서 발생한 오류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전파되는 데는 몇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MS와 동반성장해 온 미국의 피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컸다.
자의로 타의로 미국과 담을 쌓은 중국 등 소수 국가들만이 '운 좋게' 대란의 여파를 피해갔다는 것은 미국으로선 뼈아픈 일이다. 예견 못 할 것도 아니었기에 충격은 더 깊었다. 뒤늦은 깨달음이 미국 정치권에 확산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공급자에 대한 의존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
"MS 집중이 취약한 시스템 만들어"
전 세계 항공, 금융, 의료 등을 대혼란에 빠뜨린 MS발 IT 대란을 계기로 미국에서 MS 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MS는 20일 이 같은 충돌로 영향을 받은 기기가 "윈도 OS를 사용하는 전체 기기의 1% 미만"이라고 밝혔는데, 이 같은 설명이 오히려 MS의 과도한 영향력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향받은 기기의 비율이 극히 적음에도 세계가 동시다발 오류를 경험한 것은 MS라는 단일 기업에 세계 경제가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반성에 나섰다.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이 사건은 '집중'이 시스템을 어떻게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고, 공화당 소속 마크 그린 하원 국토안보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우리가 삶의 모든 측면에서 IT에 얼마나 의존해왔는지, 그리고 단일 결함이 전체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MS, 미국 연방 IT 예산 3% 차지
MS가 태동한 미국은 이번 IT 대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911 통화 서비스 중단 오류를 겪고, 사회보장국(SSA)은 지역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민간 부문 못지않게 정부기관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MS의 메일, 클라우드, 화상회의 플랫폼 등은 연방정부의 필수품이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MS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MS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은 미국 연방 IT 예산의 약 3%를 차지한다. 연방정부가 MS와 오랜 기간 유독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얘기다.
MS에 대한 과한 의존은 이미 한 차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미국 고위 관료 등의 메일함이 중국 소속으로 의심되는 해커 집단에 의해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해킹 세력은 6~8주간 MS 클라우드 기반 메일함 일부에 접근해 국무부 관련 메일함에서 이메일 약 6만 건을 내려받았다고 한다. 이 일로 MS의 대외 활동을 담당하는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지난달 미 하원 국토안보위 청문회에 출석해야 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이번 IT 대란으로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MS 견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방정부가 공급업체를 다양화해 MS의 경쟁업체들에도 잠재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경쟁 당국의 칼날도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FTC는 이미 MS의 오픈AI 투자에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다. WP는 "MS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테크업체 중 가장 정교한 로비 활동을 펴 왔다"며 "'테크업계의 워싱턴 주재 대사'로도 불리는 스미스 사장의 명성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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