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쇼 고지 '퍼펙트 데이즈'로 한국 방문
야쿠쇼와 송강호,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수상
"연기는 다음에 잘할 거라는 생각이 중요"
"연기에 OK는 없다, OK를 향한 노력뿐"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68)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의외의 말이 이어졌다. 옆에 앉은 배우 송강호(58)를 가리키며 “송강호데스(송강호입니다).” 송강호가 재치 있게 화답했다. “곤니치와”라고 일본어로 인사하더니 “야쿠쇼 고지데스(야쿠쇼 고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신 대신 상대방을 소개하는 인사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이 스며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만남다운 시작이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에서 열린 대담 행사 ‘‘퍼펙트 데이즈’ 시네토크’에서였다. 야쿠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상영 중) 홍보를 위해 지난 20일 1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송강호 "'퍼펙트 데이즈' 연기의 깊이 가늠 어려워"
행사는 야쿠쇼와 송강호라는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야쿠쇼는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퍼펙트 데이즈’로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2022년 ‘브로커’로 같은 상을 수상했다. 동아시아 배우가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연달아 받은 것은 사상 최초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칸영화제에 폐막식에서 처음 만났고, 이날 두 번째로 마주했다. ‘칸의 남자들’의 만남인 셈이다.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 도쿄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고지)의 일상을 전한다. 반복되는 듯한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히라아먀의 삶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도쿄 시부야구 공중화장실 17개 리노베이션을 유명 건축가에게 맡긴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영화다.
야쿠쇼는 “관련된 단편영화와 사진집을 제작한다는 취지를 듣고 멋지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상영되지 않아도 출연할 각오였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을 해 장편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출연으로 제작됐을 것"이라면서 "역시 빠른 것이 늘 이긴다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한국에서 먼저 제작됐다면 칸 수상과 호평을 뺏겼을 것이라는 의미)"며 웃었다.
송강호는 “'퍼펙트 데이즈'는 지난해 12월 미국 아카데미(AMPAS) 회원으로서 아카데미상 투표를 위해 가장 먼저 본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무심한 나뭇잎 사이로 한 줄기 햇살... 말없는 야쿠쇼 고지라는 위대한 장인의 미소! 가늠할 수 없다’라는 한 줄 평을 수입사에 전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배우의 연기 깊이나 영화가 추구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늠할 수 없어서 했던 평”이라고 밝혔다.
야쿠쇼 "'살인의 추억' 날아 차기에 소름 돋아"
두 배우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도 드러냈다. 야쿠쇼는 “송강호를 ‘쉬리’(1999)로 처음 알게 됐고 ‘공동경비구역 JSA’(2002) 등 출연작을 10편 이상 봤다”며 “특히 ‘살인의 추억’(2003)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송강호가 영화 초반 날아 차기를 하는 장면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며 “유머와 진지 사이의 깊은 진폭이 아주 매력적인 배우”라고 평가했다.
송강호는 ‘쉘 위 댄스’(1996)와 ‘큐어’(1997), ‘우나기’(1997), ‘멋진 세계’(2021) 등 야쿠쇼 출연작을 열거하며 “‘퍼펙트 데이즈’는 야쿠쇼 연기의 집대성”이라고 꼽았다. 그는 “(야쿠쇼 출연 야쿠자 영화) ‘고독한 늑대의 피’(2018)를 좋아해 오늘 영화 속 인물을 흉내 낸 옷을 입기도 했다”고 말해 폭소를 불렀다. 송강호는 “요즘도 봉준호 감독을 만나면 ‘우나기’ 주인공 야마시타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로 가 자수하는 장면은 야쿠쇼만 연기할 수 있다고 얘기를 나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야쿠쇼 "봉준호 영화 함께 출연하면 날아 차기 당할 듯"
세계적인 배우들임에도 두 사람에게 연기는 '구도의 작업'이나 다름없다. 야쿠쇼는 “오늘 연기를 정말 잘했다 생각한 적이 없다”며 “다음에는 잘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송강호는 “완벽한 인생이 없듯이 연기와 장면에는 'OK'가 존재할 수 없다”며 “'OK'를 향한 끝없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라고 화답했다.
대화는 봉 감독을 매개로 끝을 맺었다. 야쿠쇼는 “봉 감독이 일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대담을 하며 저를 캐스팅해 영화를 찍고 싶어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느 만화가에게 구박받는 나이 많은 어시스턴트(보조) 역할”이라며 “그 작품이 실현되면 송강호가 만화가로 출연해 두 발로 제게 날아 차기 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막 스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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