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옛 대전부청사에 입주 제안
도시브랜드 향상·원도심 활성화 노림수
"미국 본사 승인 필요" 원론적 입장
근현대유산 역사성·공공성 훼손 우려
지역 의견 수렴 절차 필요 지적도
시 "조화로운 방안 찾아보겠다"
대전시가 지역 대표 근대문화유산인 옛 대전부청사에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고급형 특수매장인 '리저브 로스터리(로스터리)' 유치에 나섰다. 도시 브랜드 향상과 원도심 활성화를 노린 전략인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공공성과 상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대전시에 따르면 노기수 시 문화예술국장과 담당부서 공무원은 지난주 스타벅스 코리아를 방문해 '옛 대전부청사 로스터리 입주'에 대해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 국장은 대전부청사의 가치와 양호한 입지 등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유치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신규 로스터리 출점'은 미국 시애틀 본사의 승인 사항으로, 대전부청사를 방문해 둘러보고 협의를 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터리는 미국 시애틀·시카고·뉴욕,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밀라노 등 전 세계에 6곳밖에 없어 '희소성' 있는 고급형 특수매장이다. 커피와 각종 기획상품(굿즈)를 갖춘 것은 물론, 원두를 볶는 장면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마니아들 사이에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로스터리 유치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6월 미국 방문 당시 브루스 해럴 시애틀시장과 만나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 시장은 귀국 직후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유치제안서를 만들어 (국내 매장 오픈 권한을 가진) 신세계 측에 정식으로 제안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엔 '대한민국 빵의 성지'로 떠오른 인근 성심당과의 시너지를 높여 원도심 활성화도 배가시키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시가 로스터리 유치 공간으로 제안한 옛 대전부청사는 1930년대 대전이 읍에서 부로 승격하면서 지어진 첫 청사 건물로, 희소성 있는 근대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건축계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군정청, 대전시청사로 활용되다 시청이 옮겨가면서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최근 민간 개발 방침으로 철거 위기에 놓이자 시가 역사성 보전 등을 위해 342억 원에 매입했다. 시는 복원·보수를 거쳐 부청사를 '역사성과 공공성'을 확보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부청사에 로스터리가 들어서게 되면 보류되거나 대폭 바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매입한 역사적 건물을 대기업의 상업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철(서구4·국민의힘) 대전시의원은 "로스터리 유치가 순기능은 있겠지만,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지닌 건물을 상업시설로 만들면 역효과도 클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여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명한 근대문화유산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기수 국장은 "스타벅스 로스터리 유치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로,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유치가 확정되면 지역 활성화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선 각계 의견을 반영해 당초 취지를 살린, 조화로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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