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현직 교사와 대형 학원의 문항 거래 및 금품 수수 사실 등을 확인하고 고교 현직 교사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중엔 4년여간 수능 관련 사설 문항 수천 개를 판매, 2억5,000여 만 원을 받은 이도 있었다. EBS 교재 출제위원으로도 활동한 이 교사는 수능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 정보까지 활용해 만든 문제를 시험 직전 사교육 업체에 넘겼다. 문항 판매나 수험서를 쓴 경우엔 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출제본부 입소가 불가능한데도 이를 속이고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교사도 19명이나 됐다.
누구보다 직업 윤리 의식이 높아야 할 현직 교사들이 수능 모의평가 문항을 사교육 업체에 팔아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건 유감이고 개탄스럽다.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을 받고도 학교와 학생이 아니라 대형 학원과 사익을 위해 일한 건 일종의 배신에 가깝다. 더구나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현직 교사들인 만큼 이러한 일탈을 관행으로 넘길 순 없다.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리는 게 당연하다.
양심을 버린 교사와 이윤만 좇는 학원의 ‘사교육 카르텔’ 속에서 공교육 붕괴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학원에서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넘기는 교사가 있는 한 학원에 다니는 아이의 성적은 좋을 수밖에 없다. 족집게 과외의 성과를 본 학부모는 경제적 부담에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게 된다. 노력과 실력이 아니라 집안의 부가 자녀의 성적과 미래를 결정하는 부익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게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모든 교육 문제를 사교육 카르텔 탓으로만 돌릴 순 없을 것이다.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 자체에 죄를 묻기도 힘들다. 더 중요한 건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공교육을 살리는 데 있다. 대학입시에만 매몰된 채 우물 안 무한경쟁만 부추겨선 답이 없다. 일부 교사를 마녀 사냥하듯 질타하고 끝낼 게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