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범 해병2사단장 박정훈 재판 출석
VIP 격노설에도 "들은 적 없다" 답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대 소장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군사재판에 나와 처음으로 법정 증언을 했다. 다만 핵심 의혹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대부분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정종범 해병대 2사단장(소장)은 23일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소장은 해병대 부사령관이던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 해병대 관계자로 유일하게 참석한 인물이다. 이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기록 이첩 보류 방침이 정 소장에게 전달됐고, 이 방침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거쳐 박 대령에게 전달됐다.
정 소장은 회의 내용을 10개 항목으로 정리한 메모를 남겼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5번('누구 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과 7번('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 등) 메모다. 5번에 대해선 '수사 대상을 특정하면 안 된다는 일반론'이라는 해석이 있었고, 문제 삼는 쪽에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인을 뜻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요약이 아니라) 들은 대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7번에 대해서도 '특정인과 특정 혐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지만 정 소장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개정 군사법원법을 설명한 대목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3번 메모('장관 8월 9일 보고')는 이첩 관련 보고를 해당 시점에 하라는 취지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8월 9일이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휴가 복귀 예정일이었던 것과 연결 짓는다. 정 소장은 해당 메모에 물음표를 세 개 적어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회의 시점으로부터) 멀게 하지' 하고 쓴 물음표였다"고 말하면서도 날짜의 의미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사령부로 분리 파견됐다가 인사가 번복된 과정도 쟁점으로 언급됐다. 6번 메모('휴가 처리 난 후 보고 이후 공식적 휴가 조치')와 관련되는 대목이다. 정 소장은 분리 파견 및 파견 취소 중간 결재 과정에 자신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명령의 주체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휴가 조치가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간 정 소장은 메모에 적힌 지시 내용을 말한 인물에 대해 불명확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공판에선 "1번('법무에서 최종 정리'), 3번, 6번은 이 전 장관 지시였고, 나머지는 이 전 장관 지시와 유 관리관 설명이 혼재돼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격노설'에 대해선 "들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박진희 육군 56사단장(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역시 증인 출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다. 재판부는 9월 3일 예정된 다음 공판기일에 그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엔 이 전 장관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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