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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잇단 사망 사고에 "고용부가 쿠팡 본사 감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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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잇단 사망 사고에 "고용부가 쿠팡 본사 감독해야"

입력
2024.07.24 18:00
수정
2024.07.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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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 故 정슬기·장덕준 유족 기자회견
산재 인정됐는데도 "다이어트 때문" 책임 부인
전문가 "정부도 책임 떠넘겨... 국회가 나서야"

쿠팡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진 고(故) 장덕준씨와 과로사로 추정되는 고(故) 정슬기씨 유가족들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쿠팡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진 고(故) 장덕준씨와 과로사로 추정되는 고(故) 정슬기씨 유가족들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쿠팡 로켓배송을 하던 저의 아들은 '개같이 뛰고 개같이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네 자녀를 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됐고, 가정은 참담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쿠팡은 카톡으로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대리점 뒤에 숨어서 우리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올해 5월 28일 숨진 쿠팡 퀵플렉서 고(故) 정슬기씨 부친 정금석씨

쿠팡 물류·배송 업무를 하다가 숨진 사망 사고 유족들이 모여 쿠팡 측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쿠팡에 고객 만족을 위한 '빠르고 편리한 배송'뿐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권과 산업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을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 쿠팡에 대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쿠팡 산재 의혹 사망 사고 유족들과 국회의원(김주영 박홍배 염태영 윤종오 정혜경 용혜인)들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쿠팡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쿠팡이 책임져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 유족은 고(故) 장덕준씨 모친 박미숙씨와 고(故) 정슬기씨 부친 정금석씨다. 사망 당시 27세였던 장씨는 1년 4개월 동안 쿠팡 물류센터 야간 근무를 하다 2020년 10월 새벽 퇴근 후 자택 욕조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네 남매를 둔 41세 가장 정씨는 1년 2개월가량 쿠팡 야간배송 기사로 일하고 있던 올해 5월 28일, 출근 준비를 하다가 심근경색 의증 등으로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1년 넘도록 야간노동을 했고, 과로사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심근경색(의증)으로 숨진 공통점이 있다. 장씨는 오후 7시부터 하루 8시간~9시간 30분을 일했고, 근무 기간 동안 몸무게가 15㎏이나 줄었다. 정씨는 주 6일 근무에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 평균 63시간(야간 할증 시 77시간)을 일했다. '로켓배송' 마감을 엄수하기 위해 같은 배송 구간을 3차례 돌며 하루 120㎞를 달렸다는 게 택배노조 설명이다.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그러나 이들의 사망 사고 이후 쿠팡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 유족과 노동계 지적이다. 이들은 도리어 쿠팡이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2021년 2월 산재가 인정됐으나, 이후 회사와 유족 간 대화가 단절됐고 현재는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씨는 "다행히 산재 인정은 받았지만, 쿠팡은 소송 과정에서 '업무 강도는 약했다' '아이(장덕준씨)가 과도한 다이어트를 해서 사망했다'면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원식(오른쪽)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실에서 쿠팡 과로사 피해자 고 정슬기씨와 고 장덕준씨의 유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오른쪽)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실에서 쿠팡 과로사 피해자 고 정슬기씨와 고 장덕준씨의 유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정씨처럼 간접고용된 배송기사에 대해 쿠팡은 기본적으로 "쿠팡 근로자가 아닌 (대리점 소속) 개인사업자"라며 구체적인 업무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씨 사건의 경우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이 실시간으로 정씨에게 업무 지시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는 쿠팡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한 배경이다. 정씨 유족은 현재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사건 외에도 최근 쿠팡에는 노무 관련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2월 노조 구성원·언론인을 포함한 1만6,450명이 명단에 오른 '쿠팡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졌고, CLS와 배송위탁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물류센터를 당국이 조사한 결과 2만여 명이 고용·산재보험에 미가입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군포시에서 퀵플렉서가 배송 도중 사망해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고, 이달 9일 경북 경산시에서 폭우 속 배송하던 40대 여성 쿠팡 일일 배송기사(카플렉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유족들은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노동존중실천단과 집담회 자리를 갖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고용부 근로 감독 1차 대상은 쿠팡 본사가 돼야 하며, 정부기관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국회가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비인간적 업무 강도로 인한 과로사는 더는 없어야 한다"며 "쿠팡은 지금이라도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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