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올 상반기 K팝 소비경향 분석]
미국 K팝 팬 70%가 공개 일주일 안에 신곡 재생
힙합, 라틴, 컨트리 장르보다 최대 2배 빨리 소비
'스트리밍 총공세'가 미국에 전파된 영향
'K팝 DNA' 심은 일본 아이돌그룹 약진
JO1, 세븐틴보다 앨범 판매량 많아
K팝, 지난해 해외 매출 첫 1조원 돌파
①미국에서 K팝은 공개 즉시 빠르고 집중적으로 음악재생(스트리밍)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틴, 컨트리 등 다른 장르보다 빠른 속도다. ②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K팝 관련 음반은 한국 아이돌그룹이 아닌 K팝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현지화 아이돌그룹의 앨범이었다.
미국 음반·음원 판매량을 집계하는 업체 루미네이트와 일본 유명 음악차트 오리콘이 최근 각각 낸 올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K팝 소비 양상이다. 일본과 미국은 K팝의 1, 2위 소비국이다.
K팝이 바꾼 미국 음악 시장 '빨리빨리'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해외 K팝 팬들도 친숙해진 영향일까. 루미네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음원 플랫폼에서 K팝이 공개된 지 일주일 안에 청취자의 70~80%가 몰렸다. 이는 힙합·라틴(각각 60~70%)을 비롯해 팝(50~60%), 컨트리(40~50%) 등 미국 대중음악 모든 장르 통틀어 가장 빠른 소비 흐름이다. K팝 충성도가 높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빨리빨리' 소비는 음원을 연속 재생하는 스트리밍 총공세, 즉 '스밍 총공'이란 K팝의 독특한 팬덤 문화가 미국으로 확산한 여파"라고 해석했다. 국내에서 K팝 팬덤의 '스밍 총공'이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멜론 등 음원 플랫폼 인기곡 톱100에 단기간에 진입시키기 위해 이뤄진다면, 미국 K팝 팬덤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빌보드 인기곡 차트인 '핫100' 상위권 깜짝 등장을 위해 '스밍 총공'을 한다.
K팝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버전의 CD가 제작된 장르로도 조사됐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음반을 판 K팝 아이돌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이티즈,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10팀은 앨범 한 장당 평균 14.7개 버전의 CD를 현지에서 발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K팝 업계는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아이돌그룹 멤버 사진(포토카드)이나 앨범 재킷 이미지만 바꾸고 수록곡은 똑같은 음반을 여러 장 제작하는 마케팅 전략을 쓴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12월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윌' CD를 26개 버전으로 미국에 출시했다. 미국 가수 평균(13개 버전)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한국 그룹보다 일본 현지화 그룹이 인기
일본 음악시장에선 'K팝 유전자(DNA)'를 지닌 현지 아이돌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K팝 연습생 훈련 과정을 거친 일본인 멤버들로만 구성된 그룹 JO1은 지난 5월 낸 음반 '히치하이커'로 상반기 일본 싱글 앨범 판매량 톱5를 차지했다. 누적 판매량은 52만3,000여 장. 단일 앨범으로는 K팝 관련 아이돌그룹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한류 간판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4월 일본에서 낸 베스트 앨범 '17 이즈 라이트 히어'(42만3,000여 장)보다 많이 팔렸다. 또 다른 K팝 현지화 아이돌그룹인 INI는 2월 낸 앨범 '매치 업'으로 27만2,000여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JOI과 INI는 모두 CJ ENM이 일본 현지 기획사 등과 손잡고 제작해 화제를 모은 TV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재팬' 시리즈 출신들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그룹이 한국 K팝 아이돌그룹과 비교해 군무 등 퍼포먼스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과 일본에서 덩치를 키운 K팝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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