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연합,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무국장 제안
마크롱 "총리 임명, 올림픽 이후"… 좌파, 반발↑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루시 카스테트(37) 파리시 재무국장을 총리 후보로 내기로 23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지난 7일 선거 승리 이후 주도권 싸움을 거듭하다 16일 만에 겨우 나온 합의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결정을 유보했다. 파리 하계올림픽(7월 26일~8월 11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를 구성하면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정치적·정책적 이견이 큰 NFP와 정부를 꾸리지 않겠다는 시간끌기 의도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좌파가 총리 후보로 내세운... '연금개혁 반대론자'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NFP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카스테트 국장을 총리 후보로 제안할 것"이라며 "카스테트 국장은 세금 사기 및 금융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해 온 고위 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 NFP를 꾸린 사회당·녹색당·공산당·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은 공동성명 이후 별도 메시지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총리 임명을 촉구했다.
카스테트 국장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지만 마크롱 정부 정책에 반대해 온 공무원협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프랑스 재무부, 자금세탁방지부 등을 거쳐 파리시로 자리를 옮겼다. NFP 4개 정당 중 어느 당 당적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의 상징적 사업인 연금개혁을 적극 반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을 국민적 반대에도 무리하게 추진한 바 있다. NFP는 카스테트 국장을 총리 후보로 낸 날 연금개혁 폐지 법안을 하원에 발의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연금개혁을 겨냥한 집중 공세를 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좌파 정부 구성' 우려하는 마크롱… "결정 보류"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나중으로 미뤘다. 그는 23일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올림픽 기간 새 정부를 구성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브리엘 아탈 총리 및 내각의 사임을 수용하면서도 "당분간 일상 업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는 임시 정부 체제를 뜻한다.
카스테트 국장 임명 거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의회 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親)기업 정책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NFP와의 정부 구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 결정 유보에 NFP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FP 내 최대 진영인 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X)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번 총선에서 마크롱의 중도 연합은 2위,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은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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