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 반대’로 저지에 나서면서 재의결에 실패했다. 야권으로선 지난 5월 30일 두 번째 발의된 지 50여 일 만에 여당 내 ‘8표 이탈’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 법은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과 관련해 진상규명 및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밝히는 게 골자였다. 사건처리 과정에서 외압 정황이 줄줄이 드러나고 채 상병 사망 1주기도 넘었지만, 정쟁의 소재로 전락해 여야가 정치적 득실을 따지게 된 현실이 개탄스럽다.
기존 특검법은 자동 폐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발의를 예고했다. 채상병 특검 3차 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표방한 한동훈 대표 체제로 재탄생한 점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을 들고 나왔다. 여야 협상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특검법 정국에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당시 ‘배신의 정치’라는 내부 공격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은 상태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자마자 친윤계의 공개 반대가 나올 만큼 당내 반대는 여전하다. 하지만 한 대표로선 채상병 특검법이 자신의 지향성을 드러낼 첫 현안이다. 만에 하나 '한동훈호 여당'이 전당대회가 끝났다고 돌변한다면 여론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입장선회는 친윤계와 대통령실 뒤에 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지 않으면 “(전당대회) 표 도둑”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오히려 수정안 발의를 주도해 진의를 증명하고, 여야 협상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민주당도 특검추천 주체에 대해 절충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열린 자세로 실질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상설특검 도입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방법도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 수사 결과, 수사 진척에 미온적인 공수처만 보더라도 국민적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특검 명분은 충분하다. 채상병 특검법 '방탄'에 대한 가장 큰 압박은 ‘민심’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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