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미국 아큐웨더·체코 윈디닷컴
세 곳 전부 수치예보모델 활용
기상청·아큐웨더, 모델 분석 후 예보
윈디닷컴, 예보모델 그대로 활용
"날씨, 불확실성… 세세한 예측 어려워"
장마 기간 기상청 예보가 여러 차례 어긋났다며 해외 날씨 예보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 예보가 부정확하다는 불신이 쌓이면서 급기야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해외 날씨 예보 서비스는 정말 기상청보다 더 정확할까. 날씨 애플리케이션(앱) 상위권을 차지하는 예보를 기상청과 비교해 봤다.
22일 기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날씨 앱 부문 1위는 체코 프라하에 본사를 둔 민간 기상기업 '윈디닷컴(Windy.com)'이다. 2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상 기업 '아큐웨더(Accuweather)'다. 기상청의 '날씨 알리미'는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윈디닷컴이 날씨 분야 인기순위 4위, 날씨 알리미가 5위, 아큐웨더가 12위를 기록했다. 한때 아큐웨더는 12위에서 7위로 급상승할 정도로 이용자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해외 날씨 예보를 참고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날씨 앱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전보다 더 변화무쌍해진 요즘 날씨를 기상청이 정확하게 예보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24일 부산 중구 대청동엔 3시간여 만에 최대 171.5㎜의 많은 비가 내렸으나, 폭우 불과 2시간 전까지만 해도 기상청에선 '가끔 비가 내리겠다'고 예측했다. 폭우가 내리기 25분 전에야 "낙뢰를 포함해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를 변경했다.
기상청·윈디닷컴·아큐웨더 예보 비교해 보니…
그러나 본보가 기상청 날씨누리와 윈디닷컴, 아큐웨더의 날씨 예보를 비교한 결과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기준으로 윈디닷컴(ECMWF 예보 모델 기준)은 오후 3시부터 밤까지 매시간 1㎜가 안 되는 약한 비를, 다음 날 오전 3시쯤엔 16㎜의 비교적 많은 양의 비를 예보했다.
아큐웨더는 오후 3시에만 1.3㎜ 정도의 소나기가 온 후 자정까지 비 없이 흐리기만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0.4㎜ 정도의 소나기가, 오전 9시 1.4㎜의 약한 비를 예고하고 나머지 시간대는 구름 낀 날씨로 예측했다.
기상청 날씨누리는 오후 3시 4㎜, 오후 4시 9㎜의 비가 내리고 자정까지 구름 낄 것으로 예측했다. 23일 오전 3시 5㎜, 오전 9시 2㎜ 등 23일 오전엔 약한 비를 예상했다.
실제 기상청 관측 결과 종로 관측지점엔 22일 오후 3시 시간당 16㎜의 비교적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렸다. 자정을 전후해선 31.9㎜의 많은 비가 약 1시간 동안 퍼부었다. 다음 날 새벽까지 한동안 비가 안 오다가 오전 5시~오전 9시에 0.1㎜의 약한 강수가 관측됐다. 강수량과 강수 시간을 감안했을 때 실제 날씨에 근접한 건 22일 오후 기준으론 기상청 날씨누리였다. 그러나 23일 새벽 기준으로는 세 군데 모두 강수 시간과 강수량 예측이 어긋났다.
같은 방식으로 25일 오전 날씨 예보를 비교해 봤다. 아큐웨더는 비 없이 흐림, 윈디닷컴은 0.5~1㎜ 수준의 약한 비, 기상청은 흐림을 예보했는데, 실제로는 비가 오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 날씨는 아큐웨더가 4.5㎜ 뇌우, 윈디닷컴은 0.4㎜ 정도의 약한 비, 기상청은 맑음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5.9㎜의 비가 내렸다. 이날 전체로 보면 아큐웨더가 실제 날씨에 근접한 예보를 한 셈이다.
기상청, 해외 날씨 예보 서비스 뭐가 다른가?
기상청이든 해외 기업이든 공통적으로 기상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치예보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상모델 GFS(Global Forecast System)' 등이 대표적이다.
차이점은 수치예보모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아큐웨더는 수치예보모델과 미 항공우주국(NASA), 각 국가 기상청 등의 자료를 통합해 재구성한다. 댄 드 포드윈 아큐웨더 예보운영 이사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상학자들이 표면 관측, 위성, 레이더 및 기타 데이터 소스를 활용해 대기 상태를 관찰한다"며 "다른 데이터에 수만 개 이상의 표면 관측을 더해 예보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윈디닷컴의 경우 수치예보모델과 각종 레이더 자료를 별다른 분석 없이 있는 그대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예보를 볼 때 ECMWF, GFS, ICON 등 각 모델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각 모델의 예측이 서로 다를 때도 있어 정확도를 따지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상청은 예보관이 8, 9개의 수치예보모델을 모두 분석한 뒤 지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최종 예보를 하고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기상청에선 예보관이 수치예보모델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른 자료들까지 합쳐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그 나라의 기후, 기상학적 패턴, 지형 등은 그 나라에서 제일 잘 알고 있어서 각 국가 기상청에서 내는 예보가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청도, 해외 기업도 "100% 예측 어렵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물론 해외에 기반을 둔 날씨 예보 기업들조차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치예보모델 자체가 10㎞ 안팎 간격으로 제공돼 세부 지역의 날씨는 예측 모델 없이 주변 지역의 날씨를 기반으로 추측하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비드 폴라셰크 윈디닷컴 마케팅 디렉터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특정한 장소의 세세한 기후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고, 여름철 뇌우의 정확한 위치도 예측이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당장 일주일 후나 그 이후라면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가까운 시일에 예보된 내용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 포드윈 이사는 "수치예보모델은 미래에 대기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데, 현재 조건에서 작은 변화만 일어나도 나비효과처럼 미래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기 예보는 모두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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