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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도 암이 생긴다? 안구·눈꺼풀·안와 등에도 나타나

입력
2024.07.28 09:50
수정
2024.07.28 10: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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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눈에서 암이 생기면 대부분 폐나 척수, 뼈, 골수 등 인접 장기로 전이되기 쉬워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눈에서 암이 생기면 대부분 폐나 척수, 뼈, 골수 등 인접 장기로 전이되기 쉬워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암은 몸 어느 곳에서도 생길 수 있다. 눈에서도 흔하지는 않지만 암이 발생한다. 안암(眼癌)은 안구뿐만 아니라 눈꺼풀, 안와(眼窩·눈구멍) 등에서도 나타난다. 발생 부위에 따라 피지샘암(눈꺼풀에 생긴 암), 안와 림프종, 바닥세포암 등으로 불린다.

‘안암 치료 전문가’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눈에서 생기는 암은 아주 적은 편이지만 발생하면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기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도록 정기적으로 눈 검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어떤 게 있나.

“안종양은 눈 뒤쪽의 망막과 맥락막(脈絡膜·choroid)에서 주로 발생한다. 양성 종양(혈관종, 골종, 맥락막 모반)과 악성 종양(맥락막 흑색종, 망막모세포종)으로 나뉜다. 안종양은 2021년 111건이 발생해 전체 암 발생 건수(27만7,523건)의 0.04%로 아주 적다(중앙암등록본부).

문제는 안종양이 생기면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악성 종양인 망막모세포종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15%가 뇌·척수·뼈·골수로 전이된다. 맥락막 흑색종은 50% 이상이 간·폐·뼈 등으로 전이된다.”

-안종양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종양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종양이 점점 커지면서 망막박리(網膜剝離)나 망막하액(망막 부종)이 생겨 시야 결손·시력 저하·비문증(飛蚊症·날파리증) 등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안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망막 중심부 황반(黃斑·yellow spot) 주변에 종양이 생기면 초기부터 시력 저하·시각 왜곡 등이 나타나므로 진단이 빠르다.

안암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데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포도막염·망막박리·황반변성 등 다른 눈 질환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안종양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확실치 않다면 안종양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게 중요하다.”

-진단이 어렵지는 않나.

“안암은 대부분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 진찰과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종양이 안구 깊숙한 곳에 위치하기에 조직 검사를 하기 어려워 진찰에 의존할 때가 많다. 따라서 경험이 풍부한 안종양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게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진단하기 어렵다면 최소 침습적 방법으로 조직 검사를 시행해 진단해야 한다. 미세 바늘을 이용한 조직 생검으로 안구 내 종양을 확인하는 진단을 시행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국제안종양학회에서 세계 최초로 41게이지(0.1㎜ 미만) 미세 바늘을 이용한 안구 내 조직 생검법을 시행한 뒤 결과를 학계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악성 흑색종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암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 악성 흑색종은 전 단계인 양성 모반(母斑·점)이 악성으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성 모반 단계에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으면 악성으로 바뀌는 초기 단계에서 진단돼 조기 치료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아진다. 악성 흑색종으로 이미 진행된 단계일 때도 크기가 작을 때 진단하면 최소 침습적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안구라는 특성 때문에 치료법도 제한적이지 않나.

“악성 흑색종일 때 이전에는 대부분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커진 흑색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할 때 망막·맥락막 동맥에서 출혈이 많이 생겨 자칫 안구 보존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필요한 안구 적출을 줄이면서 덜 침습적인 치료법이 개발됐다. 근접 방사선 치료·안구 내 종양 제거술·경동공 온열 요법·냉동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해 안구를 보존하면서 종양을 치료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되도록 안구를 보존하며 종양을 치료하는 게 최근의 치료 추세다.”

-최근에는 방사선 금속판으로 안종양을 치료한다는데.

“기존 방사선 치료는 종양을 포함한 주변부까지 방사선을 쬐기에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근접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루테늄 아이플라크(Ru-106 eyeplaque)’라는 방사선 동위 원소를 함유한 금속판을 수술을 통해 안종양이 생긴 부위에 넣어 종양에 방사선을 정밀하게 쬠으로써 안구를 보존하면서 종양을 없애는 것이다. 종양 크기·두께에 따라 걸리는 시간과 방사선 선량을 계산해 방사선 금속판을 넣기에 환자 맞춤형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졌다. 치료 기간은 1, 2일에서 1주일 정도 걸린다.

이 같은 ‘안구 근접 방사선 치료(Brachytherapy)’는 안종양이 아주 클 때 주로 시행한다. 방사선종양학과와 협력해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고 수술 전후로 근접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후 종양 제거술을 시행해 종양을 완치하도록 노력한다.”

-안구 종양을 예방하는 방법은.

“안구 종양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에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해 조기 발견·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눈암 가운데 가장 흔한 악성 흑색종은 종양 두께·크기가 예후에 크게 좌우하기에 조기 발견·치료에 노력해야 한다. 안구 종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흡연과 과음, 자외선 등을 피해야 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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