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3년째 '감세개정안'
감세 드라이브에 누적 세수감소 '79조'
정부 "수출 호조, 내년 경기 개선" 근거
학계 "세입 고민 필요, 낙수효과 불분명"
'79조 원.'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째 '감세 개정안'을 통해 깎아 준 세금의 총합이다. 지난해 56조 원대 역대급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10조 원대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정부는 18조 원대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수출 중심 경기 회복 전망이 자신감의 근원이나 세입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낙수효과의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법개정안 시행 기준 연도 대비 향후 5년간 줄어들 세수의 총합을 집계하는 '누적법' 기준 세수 감소액은 △2022년 56조9,000억 원 △2023년 3조7,000억 원(이상 국회 통과 기준) △2024년 18조4,000억 원(세법개정안 기준)으로 집계됐다. 한 번 개정하면 이후로도 바뀐 세법에 따라 세수가 지속 줄어드는 점을 고려한 계산이다.
감세 배경과 관련해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022년 "복합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조세제도의 과감한 개선을 통한 성장, 세수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가 악화한 2023년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땐 오히려 세금 부담을 줄여 민간기업이나 중산·서민층의 소비·투자 여력을 확보해 주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투자는 위축됐고, 지난해 기업실적 부진에 법인세수 타격이 커졌다. 이번엔 어떨까.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나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가 예상되며,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온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감세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배경에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은 수출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2분기 '깜짝 실적'을 감안하면 법인세가 내년엔 많이 걷힐 것이란 예측이다. 기업실적에 성과급 등이 지급되면 임금이 오르고, 소비로 이어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는 세수추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관련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중국 내수 부진 등 외부 하방 요인과 저출생·고령화 대응, 신산업 성장을 위한 내부 재정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입 고민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가상자산·금융투자 소득과세 유예 등 감세 대상마저 노동보다 자산·자본 관련"이라며 "돈 쓸 곳이 많고 불확실성이 큰 데 비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검증되지 않은 낙수효과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3년째 결국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셈인데 감세가 기업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기업실적에 따른 소비 회복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감세 근거는 약속어음에 불과하다"며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가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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