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첫 경기 독일전서 23-22 극적 역전승
역대 6개 메달 안긴 효자종목이었지만
2008 베이징 동메달 이후 10년 넘게 입상 실패
무관심 속 고진감래로 '우생순' 감동 이어가
“모두가 안 될 것이라 얘기했는데…”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골키퍼 박새영(삼척시청)은 북받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2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4 파리 올림픽 A조 1차전에서 23-2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직후였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여자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 6개(금 2·은 2·동 2)를 따낸 효자 종목이지만, 2008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 런던 대회에서는 4위에 머무르며 입상에 실패했고, 2016 리우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는 각각 10위와 8위에 머물렀다.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도 줄었다. 한때 2004 아테네 올림픽(은메달)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제작될 만큼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종목이었지만, 메달 없이 보낸 10여 년은 대중의 관심도를 붙잡아 두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자핸드볼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세계랭킹 22위로 A조 6개팀 중 최약체로 평가 받았다. 같은 조에 속한 노르웨이(2위) 덴마크(3위) 스웨덴(4위)은 전통의 유럽 강호이고, 독일(6위)과 슬로베니아(11위)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여자핸드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스웨덴 출신의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치르며 팀 컬러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1년 넘게 이어진 강도 높은 훈련은 결국 올림픽 첫 경기 승리로 이어졌다.
대표팀은 평균신장(172.9㎝)에서 독일(177.6㎝)보다 5㎝가량 작았지만, 중거리 슈팅으로 신체적 열세를 극복했다. 한국은 6m 득점(7-6), 7m 득점(4-2), 9m 득점(7-3)에서 모두 독일에 앞섰다.
투지도 넘쳤다. 165cm 강경민(SK)은 독일 장신 수비진에 밀려 넘어졌다가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득점했고, 강은혜(SK)는 경기 내내 독일 선수들과 몸싸움하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한국은 또 빗장 수비로 중요한 순간마다 독일의 공격을 차단했고, 골키퍼 박새영은 경기 막판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다. 후반전 추격 상황에서 골키퍼를 빼고 필드 플레이어 7명을 투입한 시그넬 감독의 승부수도 적중했다. 이 같은 선수단 전원의 활약 덕분에 후반전 한때 4점차로 뒤졌던 한국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역전에 성공하며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시그넬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그동안 매일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독일이라는 강한 상대를 이겼다”며 “특히 수비에서는 내가 부임한 이후 가장 좋은 경기를 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2-21 상황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강경민은 “한국 여자핸드볼 경기가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고 (단체)구기 종목도 핸드볼만 있다고 해서 부담이 됐다”며 “이날 승리한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감격에 찬 소감을 밝혔다. 박새영 역시 “솔직히 포지션 하나 하나를 따졌을 때 독일에 안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뭉쳐서 더 강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우생순’의 감동을 다시 쓰기 시작한 대표팀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 4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대회 1차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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