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청렴성·모범 보였어야" 질책
1심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선고
현직 검사는 무죄·언론인들은 유죄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 고가의 외제차 포르쉐 렌트비 등을 제공받아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과 청렴성에서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고 박 전 특검을 질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26일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을 위해 임명된 특검으로 어느 공직자보다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했음에도 금품을 수수했다"고 질책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12월 수산업자를 사칭하며 접근한 김모씨에게 총 336만 원 상당의 포르쉐 렌트비와 수산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특검과 함께 현직 검사 이모씨와 전·현직 언론인 4명도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수산물, 자녀 학원비, 유흥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특검은 재판 과정에서 "특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검에게 요구되는 청렴성과 청탁금지법 입법 취지에 비춰보면 특검을 공직자 등에 준하는 자로 보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한 제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현직 검사 이씨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이씨는 김씨가 딸의 학원비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수산물 등은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선물의 가액 범위를 넘지 않은 등을 참작한 결과다.
전·현직 언론인들은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엄모 TV조선 보도해설위원과 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모 전 중앙일보 기자는 각각 벌금 1,200만 원과 500만 원,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겐 52만~831만 원의 추징 명령도 내려졌다. 엄 위원의 향응 수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1회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언론인으로서 누구보다 먼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고발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꾸짖었다.
한편, '가짜 수산업자' 김씨에게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앞서 김씨는 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내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7명에게 116억여 원을 가로채 2022년 7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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