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한 대기업 사업구조 개편에 주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 측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경영 승계 등 오너 일가의 이해에 따라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매겨져 소액주주 등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두산그룹 사업재편안,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포함된 SK 지배구조개편안 등이 논란이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주주 반발이 만만찮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은 그룹 내 ‘스마트머신’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두산그룹의 주장이다. 합병안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100%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기준 연간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두산밥캣과 100억 원대 적자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비율이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1대 0.63으로 정해졌다는 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합병가액을 주가에 맞춘 산식에 따라 정하도록 돼 있다. 두산밥캣과 로보틱스의 주식 교환비율이 정해진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미국ㆍ일본ㆍ유럽 등의 제도를 수용해 합병가액 산정을 주가 외에 외부평가 등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3분기 중 시행키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개정 시행령 등을 감안한다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기정 교환비율은 ‘날강도’ 같은 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산그룹 합병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SK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부정적 기류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합병비율 문제는 덜하지만, 연동된 SK온 지원을 위한 별도 합병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셀트리온 합병은 진작부터 예고돼 왔음에도 셀트리온 주주들이 가치 희석 등을 우려해 반대론을 펴는 상황이다. 기업 사업구조 개편이 순항하려면 계열사 M&A의 공정성에 대한 주주 신뢰가 관건이다. 그런 신뢰 구축을 위해 우선 합병가액부터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더 정밀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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