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 둘러싼 여야 필리버스터 대치
"괴물과 싸우다 괴물” VS “윤 정부 문제 논의”
민생 무관한 정쟁에, 대통령 거부권 예상
여야 내부서도 ‘실효성 의문’ 목소리
여야는 26일에도 ‘방송4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합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하고 방송4법 중 가장 먼저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남은 3개 법안도 30일까지 법안 상정(민주당)→필리버스터(국민의힘)→강제 종료 뒤 법안처리(민주당) 과정을 반복한다. 민생 문제와 동떨어진 법안을 두고 여야가 소모적 체력전을 벌이는 셈이다.
"괴물과 싸우겠다며 괴물 되어선 안 돼" VS "윤석열 정부가 편법 사용"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한 뒤 ‘방통위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 24시간 뒤 강제 종결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185석)이 필리버스터 종결권에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곧바로 또 다른 방송법인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재차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여야는 국회 파행을 ‘남 탓’으로 돌렸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전날인 25일 단상에 오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4법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에 우호적인 방송사 간부와 이사진을 지키려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공영방송은 거의 내전 상태”라며 “괴물과 싸우겠다며 더 큰 괴물이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MBC 출신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5인 체제를 2인 체제로 편법적으로 사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모경종 의원도 "윤석열 정권 들어온 이후 공영방송은 공공서비스로의 가치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단상에 기대고.. 야구 시청하고
필리버스터 진행 중 여야 간 고성전도 벌어졌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방통위 파행은 민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거짓말하지 마라" "내려 와라"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양문석 민주당 의원을 콕 집어 "양 의원님 소리 지르지 마시라"고 제지했다.
24시간 이어진 필리버스터에 의원들의 지친 모습도 포착됐다. 최형두 의원은 서 있기 힘든 듯 단상에 팔을 기대거나 허리에 손을 짚었다. 한 의원은 책상에 설치된 노트북으로 야구 경기를 시청했다. 최 의원과 박충권 의원이 6시간이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했고, 야당에서는 한준호 의원 3시간, 모경종 민주당 의원 1시간 20분,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45분 등 상대적으로 짧았다.
30일까지 필리버스터 이어질 듯.. 여야 내에서도 "실효성 의문"
민주당은 당초 27일 오후 '방송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종료한 후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부산·울산·경남 지역 전당대회 일정을 고려해 필리버스터 종료를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4박5일 필리버스터에서 5박6일 필리버스터로 늘어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오후에 필리버스터 정국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조차 피로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어차피 민주당이 매일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무기력한 여당 이미지만 부각돼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당도 법안 통과의 실효성은 없다. 방송4법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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