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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혐오발언 멈춰달라"는 절규 외면한 인권위 결정… 법원이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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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혐오발언 멈춰달라"는 절규 외면한 인권위 결정… 법원이 제동

입력
2024.07.26 18:23
수정
2024.07.26 18: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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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보호요청 기각 결정 취소 인용
법원 "의결정족수 3명 찬성 없어 위법"

김용원(오른쪽),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원(오른쪽),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시위'(수요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욕설과 혐오 발언을 막아달라는 진정을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인권위 소위원회는 당시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오랜 관행을 깨고 기각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됐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26일 정의기억연대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수요시위 보호요청 진정사건 기각결정 취소 청구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권위는 20년 넘게 진정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만 진정을 기각해왔다"며 "이 사건 처분은 의결정족수 3명의 찬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의연은 앞서 지난해 1월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혐오 발언으로 피해자들에게 2·3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현장을 보호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정의연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선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인근에서 보수단체들이 맞불성 집회를 열고 노골적 야유나 비하성 비아냥을 쏟아내면서 마찰이 지속돼왔다. 정의연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김병헌 대표 등 수요시위 반대집회 참가자 5명을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번번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해결법을 찾을 수 없자 피해자들이 문을 두드린 것은 '인권 최후의 보루'인 인권위였다.

그러나 인권위마저 지난해 9월 정의연 진정을 기각했다. 김 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침해구제 제1위원회에서 '기각' 2명, '인용' 1명으로 내부 의견이 갈렸지만 재논의나 전원위원회로 안건을 올리지 않고 기각한 것이다. 인권위법 13조 2항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에 따라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는 인권위 소위의 오랜 관행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에 소를 제기했고, 이날 법원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정의연 손을 들어줬다.

정의연을 대리하는 하주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인권위의 절차가 위법하며 신뢰보호 원칙과 평등 원칙을 위반한 것임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도 성명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인권위는 32년을 이어 온 수요시위의 역사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대집회 세력에게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권고하고 수요시위 방해·모욕행위에 대한 구제 조치를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여권이 추천한 6명 위원의 단체 보이콧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두환 위원장의 편파적이고 법령에 어긋나는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한다"며 전원위 출석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후 이달 열린 두 번의 전원위는 이들의 불출석으로 인한 의사정족수 미달로 폐회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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