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발생이 3년 연속 소폭 줄었지만, 보호소에서 숨을 거두는 유기동물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는 정부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3일 내놓은 ‘2023 반려동물 보호ㆍ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총 11만3,072마리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22년에 발생한 유기동물 11만3,440마리보다 368마리(0.8%) 감소한 결과다. 유기동물 발생은 2021년(11만8,300마리)에 이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중에는 개가 8만467마리(71.2%)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가 3만889마리(27.3%), 기타 동물은 1,715마리(1.5%)였다.
유기동물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보호하는 동물들의 현실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 중 절반 가까운 동물들이 보호소 밖을 나서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검역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조된 동물 중 자연사와 안락사를 포함해 5만1,584마리가 보호소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는 보호소에 들어온 11만 마리의 유기동물 중 45.6%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유기동물 중 원래 보호자를 찾아 돌아간 동물은 13,628마리(12.1%), 다른 가정에 입양된 동물은 27,343마리(24.2%)였다. 반환이나 입양을 통해 가정으로 가는 동물보다 보호소에서 목숨을 잃는 동물이 더 많다는 뜻이다.
보호소 숫자도 1년 전보다 감소했다. 2023년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228개소로 확인됐다. 2022년 운영 중인 239개소보다 11개소 줄었다. 검역본부는 이에 대해 “지자체가 직영 운영하는 보호소는 오히려 7개소 늘었고, 종사 인력과 운영비도 전년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물보호소 인력은 2022년 893명에서 2023년 984명으로 1년새 91명(10.2%) 증가했으며, 운영비용도 294억8,000만원에서 373억9,000만원으로 1년 사이 79억1,000만원(26.8%) 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자체 동물보호소의 문제점을 적발해온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김세현 대표는 동그람이에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문제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비구협은 지난 5월 부산시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의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자연사’로 집계된 동물들이 실제로는 안락사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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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 점을 지적하며 “위탁 운영자가 직접 국가동물보호시스템에 접속해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안락사와 자연사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그는 지자체 보호소의 현실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 “일부 부유한 광역지자체는 운영이 잘 되고 있을지 몰라도, 지방의 기초지자체는 열악하다는 말을 넘어 방치되는 곳이 많다”며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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