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서울시 철거예정 현수막, 소송대상 아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의 추모 공간에 대해 자진철거 명령을 내린 서울시 명령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11일 손씨의 추모 공간을 관리해온 A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철거명령 및 계류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현수막 게시는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 집행으로,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볼 수 없어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12월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씨의 추모 공간이 무단 점유를 했다며 자진 철거를 권유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고 손정민씨 추모 등을 위한 각종 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자는 자진철거하시길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 같은 달 20일까지 철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천법에 따라 조치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A씨는 서울시의 조치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서울시가 다른 대안 없이 전면 철거를 명령해 개인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A씨는 손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반발해 손군의 추모 공간을 2021년부터 마련하고 관리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수막에는 자발적인 철거 조치를 권유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을 뿐, 그와 같은 조치를 직접적·강제적으로 명하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수막에 기재된 하천법 조항 역시 위반행위가 계속될 경우 향후 이뤄질 수 있는 제재조치의 근거 조항일 뿐이므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피고는 게시 이후에도 제재 처분에 바로 나서지 않고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고 원고와 상의한 끝에 추모 공간의 규모나 운영 방법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지난 2021년 4월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친구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과 검찰 모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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