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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티몬 직원들 귀가했지만... 떠나지 못하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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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티몬 직원들 귀가했지만... 떠나지 못하는 피해자들

입력
2024.07.27 15:37
수정
2024.07.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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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밤샘 피해자들에 '추가환불' 약속
일관성 없는 기준에 "번호표 왜 받아" 분통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 20여 명이 서성이고 있다. 이승엽 기자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 20여 명이 서성이고 있다. 이승엽 기자


"찜질방에서 잠깐 자고 왔는데... 그 사이에 본부장은 집에 가버렸네요."

2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앞.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가 3,000명 가까이 몰리며 안전 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던 전날과 달리 20여 명의 피해자들만이 어두운 얼굴로 삼삼오오 건물 앞에 모여 있었다.

전날에 이어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60대 A씨는 가족여행으로 북유럽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다가 약 1,000만 원의 피해를 볼 생각에 참담하다고 했다. A씨는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여 새벽 3시에 집에 갔다가 오전 9시에 다시 왔는데 지하 1층에서 밤샘 피해자 160명이 티몬 직원들과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른 피해자들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며 "오후 1시쯤부터 티몬 직원들이 하나 둘씩 건물을 모두 나갔는데, 혹시나 밤을 샌 피해자들만 '귀가'를 대가로 환불을 약속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큐텐그룹 산하 온라인쇼핑몰인 티몬·위메프의 '환불지연 사태'의 여파가 주말에도 이어지고 있다. 환불을 요구하는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오랜 대기에 지쳐 귀가했지만, 일관성 없는 환불 기준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티몬 일대를 여전히 배회하고 있다.

'추가 환불' 약속에 밤샘 대치 끝나... 티몬 직원들 귀가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과 대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과 대화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보니, 27일 오후 2시 기준 강남구 신사동 티몬 입주 건물에는 20여 명의 피해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날 저녁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현재까지 환불 총액은 10억 원 내외로, 나머지는 승인이 나지 않아 지급하지 못했다"며 "큐텐 재무 쪽에서 환불금 추가 집행을 못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한 뒤 밤을 넘어가며 대기자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귀가하려는 티몬 직원들과 밤을 새며 출입을 가로막은 피해자들의 대치가 이어지던 가운데 상황이 해소된 건 '추가 환불' 약속이었다. 권 본부장이 오전 8시쯤 "대표가 전화를 안 받는데 우리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사내 유보금 중 28~29억 원을 환불에 쓰려고 했는데 대표가 직원임금 등으로 묶어버려 환불은 260명 정도에게 8~9억만 지급된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나"라며 분통을 터트리자 실랑이가 오갔고, 오전 11시30분쯤에서야 남아있는 이들이 연락처와 명단을 작성하고 권 본부장과 직원들이 귀가하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 측은 29일 오후 4시 피해자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하자는 제안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뒤늦게 다시 온 피해자들 "번호표는 그럼 왜 받았나" 분통

티몬이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접수한 환불 요청서. 이승엽 기자

티몬이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접수한 환불 요청서. 이승엽 기자

문제는 일관성 없는 티몬 측의 환불 기준이 현장에 없던 피해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데 있다. 오전 9시 이후에 현장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명단 작성에 참여하지 못해 환불을 받지 못할까 안절부절인 상황이다. 티몬 측의 사실상 '방치'에 환불을 받은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 사이 반목도 커지고 있다.

여름 휴가 리조트 예약 비용으로 150만 원을 피해 봤다는 진모(47)씨는 "어제 밤에 피해자들끼리 당번을 정해 아침에 집에 가서 애들 밥을 차려주고 시간에 맞춰 왔는데 들여보내주지 않더라"라며 "그때 현장에 있었던 분들은 이제 연락이 안 되는데, 당시에 있었다는 이유로 명단을 적어가면 번호표는 왜 받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50대 B씨는 "환불을 빌미로 피해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 7명과 필리폰 보홀 여행상품을 예약했다 낭패를 봤다는 C씨는 "전날 전북 전주에서 상경했다가 찜질방에 간 사이 이렇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370만 원의 여행상품을 결제했다가 환불을 받지 못한 D씨는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다고 환불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그거에 매달릴 정도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이라며 "생계도 걸려있는데 휴가를 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하나 싶다"고 울먹였다.

사태 해결 방안 내놨지만... 피해자들 의심 커진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 20여 명이 서성이고 있다. 이승엽 기자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 20여 명이 서성이고 있다. 이승엽 기자

티몬 측이 중국 자금을 통한 대출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일부 공개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날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티몬과 위메프 측이 최근 현금 마련을 위해 캐시와 상품권을 10% 이상 할인 판매했다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일 40만 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해다가 배송을 받지 못했다는 전모(35)씨는 "네이버페이를 통해 구매했는데 네이버도, 카드사도 환불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며 "현장에 나오지 않은 소액 피해자들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엄청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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