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BJ수트 사이 오간 2000만원
공갈 정황에도 "단순 후원금" 판단
검찰이 직접수사 착수... 피해자 조사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그가 또 다른 개인방송 진행자(BJ)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경찰이 이 돈을 '단순 후원금'으로 보아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은 경찰 처분에 불복해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3일 구제역의 공갈 및 사기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아프리카TV에서 '수트'라는 BJ로 활동했던 서현민씨는 구제역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구제역이 "내 변호사 비용을 대납하지 않으면 취재한 영상을 올리겠다"며 서씨를 협박해 2,200만 원을 뜯어냈다는 의혹이 고소의 주 내용이다. 구제역이 돈을 받았음에도, 약속을 어기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혐의(사기)도 있다.
2021년 당시 서씨는 가상자산(코인) 발행을 앞두고 다른 BJ들에게 미리 수억 원씩 투자를 받은 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홍보해 거래 차익을 남기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구제역은 그해 6월 25일과 27일 자기 유튜브 채널에 서씨의 코인에 투자한 인물 명단을 공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영상은 서씨가 구제역 측 계좌로 2,200만 원을 송금한 10월 20일 이후 사라졌다.
경찰은 올해 2월 서씨의 고소장을 접수해 약 4개월간 수사한 뒤 "서씨는 구제역과 사업파트너 사이로, 그가 구제역에게 건넨 금품도 후원금 명목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서씨는 구제역에게 돈을 주면서 입막음을 한 것인데 어떻게 후원금이 될 수 있느냐며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10월 20일 구제역과 만난 서씨는 오후 4시 1분쯤 그에게 계좌번호를 요청하면서 "영상 두 개만 오늘 꼭 내려주세요"라고 말했고, 구제역 측 계좌에 입금된 후 의혹 제기 영상들은 사라졌다.
이런 메시지를 확인한 경찰은 "두 사람의 대화체를 보면,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받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받을 정도로 겁을 먹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갈죄 수단으로의 '협박'은 △객관적으로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만큼 겁을 먹도록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 성립한다.
서씨 측은 이달 19일 경찰에 이의신청서를 접수,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서씨 측은 "경찰은 해당 금품을 후원금이라고 보면서도, 왜 구제역이 증여세 신고를 안 했는지, 왜 변호사비 대납 형태의 금품을 요구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이송돼 형사2부(부장 정현승)에 배당됐다. 같은 검찰청 형사5부(부장 천대원)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가 서씨에게 3,000만 원을 받은(공갈 혐의) 사건, 쯔양 전 남자친구 법률대리인 최모 변호사의 공갈 혐의 고소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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