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안 찾고 있다는 신호"
메타 저커버그는 젠슨 황과 대담
애플이 업계 라이벌인 구글에서 설계한 AI(인공지능) 칩을 이용해 자체 AI 모델을 훈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엔비디아 AI 칩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크게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적과의 동침'마저 불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자사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이 시스템 기반이 되는 AI 모델(AFM)을 '클라우드 TPU 클러스터'에서 학습시켰다고 밝혔다. TPU는 구글이 설계한 AI 전용 칩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구글 AI 칩'이 대량 장착된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애플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논문에서 '구글'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TPU라는 용어를 숨기지 않음으로써 구글 칩을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관련된 용어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엔비디아 칩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공표한 셈이다.
주요 빅테크 가운데 엔비디아 칩을 쓰지 않는다고 공개한 곳은 애플이 처음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를 두고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AI 칩의 품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오픈AI·MS·구글 등은 자체 칩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애플이 구글 칩을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당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콜로라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래프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가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라며 대담 호스트로 나선 황 CEO에 대해 "우리 덕분에 황 CEO가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개당 최대 4만 달러(약 5,540만 원)인 엔비디아 칩 H100을 올해 말까지 35만 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저커버그 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테크업계가 AI 인프라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그의 인식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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