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득표율 51%, 야권 곤살레스는 44%"
선관위 발표, 출구조사 '마두로 참패'와 상반
'초유의 물가 상승·이민 급증' 마두로 3선에
'부정 선거' 의혹 확산... 대선 불복 움직임도
'냄비 거리 시위'... '한 지붕 두 대통령' 재연?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의 승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라고 공표됐다. 이로써 '반(反)미국·좌파 성향' 마두로 대통령은 3선에 성공, 오는 2031년까지 총 18년간 집권하게 됐다.
그러나 야권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자체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등 대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정국은 대혼돈에 빠져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18년 야당의 불참 속에 치러진 '반쪽 대선' 이후 이듬해 초 벌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와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선관위 "마두로 당선 확실" 발표했지만…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29일 0시 10분쯤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도 보수 성향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야당 후보는 44%를 득표했으나 투표 추이상 역전 가능성은 없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첫 집권을 한 마두로 대통령은 오는 2031년까지 18년간 권좌를 유지하게 됐다. 새 임기 6년은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은 평화와 안정을 택했다. 나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의 버스 운전자 출신이다.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1992년 쿠데타 실패로 수감됐을 때 구명 운동을 펼친 것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고, 2013년 차베스 대통령 사망 후 그의 이념 '차비스모'(중앙집권적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 사회주의)를 계승해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러나 마두로 정부 시절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은 초토화됐다. 국영 석유기업 부실 운영 등 정책 실패로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이어졌다. 2018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무려 13만%였다. 화폐가 휴지 조각이 됐고, 빈곤율은 2021년 94.5%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 인구 3,000만 명 중 4분의 1인 770만 명 이상이 조국을 떠나는 등 이민 행렬도 이어졌다. 게다가 민주주의 훼손 및 인권 유린 등도 민심 이반 현상을 가속화했다. '마두로 득표율 51%'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정선거' 의심, 현실 됐나
선관위의 대선 결과 발표를 믿기 힘든 요인은 또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여론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를 인용해 "출구조사 결과 마두로의 득표율은 31%에 그쳤고, 곤살레스는 두 배가 넘는 65%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선거 과정에서 마두로 정부가 '꼼수'를 동원해 투표 압박을 가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서방의 지적이 현실화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력 야권 경쟁자가 일찌감치 제거된 사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친(親)정권 성향인 베네수엘라 고등법원은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으로 불린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후보 자격을 지난 1월 박탈했다. 하지만 마차도는 이후 무명 정치인에 가까웠던 곤살레스 후보를 지지하면서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는 등 오히려 정권 교체 분위기를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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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우리가 승리"... 외신 "오염된 선거" 비판
예상을 뒤엎은 선관위 발표에 야권은 불복 방침을 내비쳤다. 곤살레스와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생겼고, 그는 에드문도 곤살레스"라며 "우리가 이겼고 전 세계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야권 지지 시민들도 항의 표시로 거리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에 나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 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외신과 국제사회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NYT는 "마두로는 입법부와 군부, 경찰, 사법제도, 선관위와 다수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독재자가 오염된 선거에서 승자라고 선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두로에게 '대통령 6년'을 더 부여한 이번 결과는 야당의 반발을 촉발했고, 투표는 부정으로 벌집이 됐다"고 평가한 뒤, 베네수엘라가 더 깊은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발표된 선거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나 투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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