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흡연장 동행 '감사' 의미로
"툭 쳤을 뿐 추행 아냐" 항변
"약 1초간 움켜쥐어" 반박
선고 유예...유죄는 인정
재판부 "성적 목적 없어도 고의성 인정"
군부대에서 성적인 목적과 무관하게 동기의 엉덩이를 잠깐 만져도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추행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2년 4월 강원도 한 보병사단에 전입한 20대 A씨는 한 생활관을 쓰는 동기 B씨에게 "함께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이등병이었다. 통상 이등병들은 군내 사고를 막기 위해 선임이나 동기와 함께 다니게 한다.
A씨는 안면을 튼 지 얼마 안 됐는데 본인을 위해 흡연장까지 같이 와 준 B씨에게 "고맙다"면서 엉덩이를 1초가량 만졌다. B씨는 당황했고 A씨는 곧바로 사과했으나 결국 군당국 수사로 이어졌다. A씨는 애초 군사법원에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사건은 A씨가 전역한 지난해 9월 민간법원으로 이송돼 최근까지 재판이 진행됐다.
A씨는 법정에서 B씨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 친 적은 있지만 움켜쥐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친근감을 나타내고자 바지 위로 1초 정도 만졌다. 추행이 아니고 고의성도 없었다"고 했다. 반면 B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가 (나의)엉덩이를 1초 정도 살짝 움켜잡았다. 툭 친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엉덩이 만진 것, 고의였다" 판단
이에 대해 최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의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부터 2년 뒤엔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유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엉덩이는 보통 성인 남성 사이에서도 쉽게 손을 대지 않는 성적인 부위"라면서 "피고인이 피해자 바지 위로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일으킬 뿐 아니라 선량한 도덕관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성적 욕구 만족의 목적이 없었더라도 추행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는 못했으나 과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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