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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배려' 보여준 우리 선수들... 정치는 느끼는 것 없나

입력
2024.07.30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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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많은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많은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국 여자 양궁이 어제 새벽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여야 대표들은 같은 날 당 공식 회의에서 축하 메시지 하나 내지 않고, 대신 상대 당을 겨냥한 날 선 공격에만 집중했다. 오늘까지 방송4법을 둘러싸고 5박 6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강행 처리를 반복하는 무한 정쟁에 빠져 온 국민이 환호한 경사마저 안중에 없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방송4법을 '독이 든 사과'에 비유하며 "국민을 위해서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엔 관심을 두지 않고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그 대통령에 그 여당"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는 국민이 정치인에게 돌려줘야 할 말들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각종 메달 획득 낭보가 이어졌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여야가 경쟁적으로 선수들에게 응원과 축하 메시지를 쏟아낸 것과도 대조적이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국민 관심사와 민생은 외면한 채 소모적 정쟁에 빠진 여야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배려하고 공정한 경쟁을 펼친 우리 선수들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 선수는 자신의 공격을 피하려다 넘어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 선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앞의 금메달보다 함께 경쟁하는 선수를 배려한 행동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 여자 양궁이 36년간 올림픽 10연패를 이어온 것도 인맥이 작동하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양궁연맹이 여섯 차례나 게임 룰을 바꿨음에도 한국이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해 온 배경이다.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보니 대화와 타협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의석수를 앞세운 강행 처리를 반복하고 있다. 4·10 총선과 여야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모습도 공정과 거리가 멀다. 후보 능력보다 절대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공천이나 당락 여부가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타성에 젖은 정치로는 더 이상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조만간 여야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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