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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유래 ‘항체의약품’으로 유방암·자가면역질환 치료 가능해질까?

입력
2024.07.29 22:33
수정
2024.08.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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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서강대 교수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보다 우수한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항원)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항체의약품(Antibody Drug)’이 의약품이 대세다. 항체의약품이 전 세계 판매 1위인 휴미라(애브비) 등을 비롯해 상위 10개 품목 중 8개를 차지할 정도다.

항체의약품은 동물세포로 100% 생산되는데 쥐(중국 햄스터) 난소세포에서 유래된 ‘CHO세포’가 전 세계적으로 주로 사용된다. 암세포 일종인 CHO세포는 성장이 빠른데다 항체(단백질)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HO세포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 바이러스 등에 취약해 생산 배지가 바이러스 오염으로 생산 공장이 몇 년간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고도의 배양·정제 공정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물에서 유래한 항체의약품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식물 유래 항체의약품이 일부 생산되기도 했지만 ‘항체 작용에 필요한 동물·특이적 당질(탄수화물)이 식물에 결여돼 있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허그린과 허셉틴의 면역 반응 통해 암세포 사멸 효과를 나타낸 그래프. 김성룡 교수 제공

허그린과 허셉틴의 면역 반응 통해 암세포 사멸 효과를 나타낸 그래프. 김성룡 교수 제공

이에 김성룡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식물 유래 항체 부작용을 일으키는 식물 특이적 당사슬(glycan·단백질에 붙어 기능을 조절하는 탄수화물)을 모두 제거한 인간화 항체 생산 식물 세포주(細胞株·생체 밖에서 배양을 계속할 수 있는 세포 집합체)인 ‘PhytoRice®’를 개발했다.

김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항체의약품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TMaP)’과 유사한 ‘P_TMab(허그린)’을 만들었다. PhytoRice®는 ㈜피토맵이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Cas9을 이용해 벼 세포로 배양됐다(culture).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만든 허셉틴은 유방암 치료 등에 쓰이면서 한 해 매출액이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허셉틴은 재발률이 높고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고약한 암인 ‘HER2(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에 주로 쓰이는 표적항암제다.

김성룡 교수는 이어 윤혜원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줄리앙 마 영국 런던대 치과대 교수(식물에서 처음으로 항체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냄), 신준혜 ㈜피토맵 연구소장 등과 함께 P_TMab(허그린)과 TMab(허셉틴) 효능을 비교 분석했다. TMab은 HER2 양성(+) 유방암 등의 암세포 표면에 있는 HER2에 결합해 암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P_TMab과 TMab을 질량 분석법 등을 통해 서열과 구조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P_TMab과 TMab이 암세포 수용체인 HER2와 얼마나 잘 결합하는지 여부와 암세포 사멸 효과를 분석한 결과, P_TMab이 TMab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HER2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에 있어서는 P_TMab이 TMab보다 20% 정도 더 높았다(1μg/mL 이상 농도).

항체 의존 세포 독성(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ADCC)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는 P-TMab(EC50 값 17 ng/mL)이 TMab(45ng/mL)보다 2.7배가량이나 높았다.

P-TMab 및 TMab의 간 독성 비교. P-TMab은 투여 후 6시간부터 간 흡수가 줄어 48시간부터 간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TMab은 투여 후 48시간 지나도 간에서 여전히 검출됨. 김성룡 교수 제공

P-TMab 및 TMab의 간 독성 비교. P-TMab은 투여 후 6시간부터 간 흡수가 줄어 48시간부터 간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TMab은 투여 후 48시간 지나도 간에서 여전히 검출됨. 김성룡 교수 제공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P-TMab과 TMab의 간 독성을 평가했다. P-TMab은 투여 후 6시간부터 간 흡수가 줄어 48시간부터 거의 검출되지 않았던 반면, TMab은 투여 후 48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간에 남아 있었다. 즉 P-TMab은 기존 항체치료제보다 간 독성 위험이 낮고, 간에 덜 흡수되는 대신 종양을 더 효율적으로 표적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성룡 교수(㈜피토맵 대표)는 “유방암 외에도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한 항체치료제,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및 관련 식물세포주 개발을 나서 식물 유래 의약품 개발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서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환경 친화적인 식물 유래 항체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GMP 생산뿐만 아니라 P-TMab의 추가 비임상시험 후속 연구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 최고 학술지인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IF. 10.1)’ 최근 호(7월 17일자)에 실렸다.

윤혜원(왼쪽) 김성룡 교수

윤혜원(왼쪽) 김성룡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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