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를 위해 대통령실 직제 개편에 착수했다. 제2부속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실 슬림화 차원에서 폐지된 지 2년여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허위 이력 논란 등 대선 때부터 김 여사에게 제기된 리스크를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다. 이제라도 영부인의 활동을 공적 영역에서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김 여사의 활동은 정부 초기부터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팬클럽에 보내거나 대외비인 대통령 일정이 팬클럽에 먼저 공개된 일도 있었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친분 있는 민간인을 동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업무를 대통령 담당 제1부속실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재미동포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되며 총선에 악재로 떠오르자, 그제야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과 대통령실의 책임 방기는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주자들이 한목소리로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전대에서도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전문은 물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57분간 통화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처신 논란이 제기됐다. 출마 선언에서 제2부속실 설치 요구를 내세운 한동훈 대표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선출되면서 대통령실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제2부속실 부활로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논란 재발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 친척과 측근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까지 병행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직한 이후 8년째 공석이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국회부터 하루빨리 후보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김 여사 관련 추가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는 야권부터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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