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안전·폭염 대책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던 새만금 잼버리 사태 1년이 지났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려면 책임 규명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감사원의 '늑장감사' 탓에 여전히 잼버리 사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사원이 잼버리 감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8월 21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번째 대규모 감사로 전북자치도를 비롯해 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새만금개발청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지 감사까지 마무리했다. 실지 감사가 마무리된 게 지난해 12월. 하지만 여전히 중간단계인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의견수렴 절차를 감안해야 하지만 감사원은 "사안마다 달라 (감사) 기한 예측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153개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8월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했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우리나라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준 행사였다. 온열질환과 벌레 물림 등 매일 1,000명 안팎의 환자가 속출했고 대회 개최 닷새 만에 영국·미국 등이 조기 퇴영하기도 했다. 'K팝 콘서트'로 부랴부랴 참가자들을 위로하며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폐막 직후 '총체적 실패'를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잼버리 전체 예산 1,171억 원 중 870억 원(74%)이 조직위 운영비·사업비로 투입된 반면 불만이 폭주한 화장실·샤워장 등 설치비는 130억 원(11%)에 그쳤던 경위 등은 엄격한 감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후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정부, 정치권, 전북도의 지리한 '네 탓 공방'이었다. 여당이 잘못된 부지 선정과 전북도 준비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자, 야당은 잼버리조직위원장 5명 중 3명이 중앙부처 장관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 사태 책임을 전북도에 떠넘긴다"고 반발했다.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잼버리 감사 착수 당시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히 원칙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방통위원회 감사는 1년 만에 최종 결과를, 문재인 정부 시기에 추진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감사는 8개월 만에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과 딴판이다. 감사원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느라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리 기한이 달라지는 것이지 정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분명한 건 감사원이 존재 이유인 공정성과 독립성을 시험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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