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FT의 '이대남 vs 이대녀' 갈등 구조는 과장됐다

입력
2024.08.01 04:30
25면
0 0
정한울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 원장

편집자주

정치현안과 사회적 난제에 대한 ‘한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합의가능한 해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층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한국인에 대한 오해③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녀갈등 강조한 FT 분석기사
조사방법 바꾸면 결과 달라져
해외매체, 한국 과장 주의해야

파이낼셜타임즈가 올초 발표한 18세부터 29세 남녀간 이념적 갭에 대한 분석 기사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세계 주요국가에서 20대 남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20대 여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 매체는 또 20대 남자의 보수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은 청년 남녀간의 이념적 격차 문제가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Korea’s is an extreme situation)고 분석했다. 22대 대선에서 20대 남녀의 투표 격차를 소개하며 한국의 20대는 하나의 세대가 아니며, 미투 등 성희롱 문제를 둘러싼 진보-보수의 갈등이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이 극단적이라는 분석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 해외 유명저널 칼럼을 쓴 존 번 머독(John Burn-Murdoch) 기자가 파이낸셜타임즈의 수석 데이터 기자(chief data reporter)였기에 공신력을 더했다(Financial Times "Global Gender Divide is Emerging", 2024/01/26).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재현되지 않는 그래프

파장이 컸던 만큼 해당 분석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발표 초기부터 있었다. 기사는 진보층의 비율에서 보수층의 비율을 뺀 비율을 지표로 삼았는데 미국의 경우 주관적 이념(stated ideology)를 기준으로, 한국 포함 그 외 국가들은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의 차이로 산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비판을 주도한 캔자스대 김창환 교수는 첫째, 한국의 경우도 정당지지가 아닌 미국처럼 종합사회조사(KGSS) 데이터에 포함된 주관적 진보, 보수성향 문항으로 보면 18-29세 남녀의 이념격차가 확인되지만 그래프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둘째, 종합사회조사의 정당지지 데이터로 계산해도 위의 충격적인 그래프가 재현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문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한다(JTBC '20대 남녀 이념 차 "한국이 가장 최악"…FT 분석 사실인지 따져보니' 2024/02/10).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2021년부터 본격화된 20대 남녀의 이념격차

필자도 데이터를 입수하여 종합사회조사의 2016년~2021년 조사의 진보정당-보수정당 지지율 격차를 계산해보면 김창환 교수의 비판대로 2007년 이전까지는 20대 남자가 20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진보비율이 우세했다. 2010년대를 거치면서 20대 여성의 상대적 진보성이 강화되었고, 2021년 조사에서 이전에 비해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대 남자도 13%p가량 진보층이 보수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20대 남자의 보수화 가설은 확인되지 않는다. FT의 방식대로 2016년, 2018년, 2021년 정당지지 차이로 20대 남녀를 비교해보면 2016년, 2018년 공히 공히 남녀 모두 진보정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지지가 보수정당 지지(새누리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 바른미래당, 국민의당)에 우세했다. 2021년 조사에서 20대 여자는 진보정당 지지우위, 20대 남자는 보수정당 우위로 차이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20대 남녀의 이념격차 감소 현상 간과하지 말아야

과장된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 한국 20대 남녀의 이념적 갭이 존재한다는 분석 자체는 타당한 것 아닌가? 필자는 해당 기사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본다. 무엇보다 2021년 이후 20대 남녀의 이념적, 정치적 격차 감소 현상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통계청 국가승인통계이자 매년 8,000명 이상의 대규모 조사로 하위집단분석에 강점이 있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녀 사이의 이념적 갭은 뚜렷하지 않거나 최근 감소추이를 보여준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실제 투표행태에서도 20대 남녀는 2021년 보선을 거치면서 정반대의 투표선택(여자는 민주당, 남자는 국민의힘)을 보여준 바 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4년 총선을 거치면서 20대의 여자의 친민주당 성향은 유지되었으나 20대 남자 내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둔화되었다. 확률표집조사인 NBS 정기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남녀의 주관적 이념 평가점수가 최근 수렴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커지고 있는 지금 해외기관의 권위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우리의 분석을 심화시켜 나갈 한발 더 나아간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청년 남녀의 이념적 갭은 측정지표와 방법에 따라 상이한 해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최근 그 격차가 감소하는 경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갈등을 감추는 것도 능사가 아니지만, 일면을 과장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