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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교실 칼부림은 무슬림 짓"… SNS 허위정보가 불 댕긴 영국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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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교실 칼부림은 무슬림 짓"… SNS 허위정보가 불 댕긴 영국 폭동

입력
2024.07.31 17:07
수정
2024.07.31 18: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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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3명 앗아간 영국 칼부림 사건에
"범인은 무슬림 난민 신청자" 소문 확산
성난 극우, 폭동 벌였지만… "허위정보"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30일 폭력 시위가 일어나 경찰차가 불타고 있다. 극우층은 전날 이 지역에서 일어난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이 무슬림 난민 신청자 소행이라는 소문에 분노해 폭력 시위를 벌였지만, 해당 주장은 허위로 판명됐다. 사우스포트=AP 연합뉴스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30일 폭력 시위가 일어나 경찰차가 불타고 있다. 극우층은 전날 이 지역에서 일어난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이 무슬림 난민 신청자 소행이라는 소문에 분노해 폭력 시위를 벌였지만, 해당 주장은 허위로 판명됐다. 사우스포트=AP 연합뉴스

"범인은 보트 타고 들어온 무슬림 난민이다!"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어린이 댄스교실 칼부림' 사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돈 소문이다. 이에 분노한 반(反)이슬람 성향 극우 단체 지지자들이 급기야 벽돌과 유리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 폭동을 일으켰고, 수십 명의 경찰이 다쳤다. 그러나 SNS 소문은 근거 없는 낭설이었다. 걸러지지 않은 SNS 허위정보가 폭동까지 부른 셈이다.

"우리나라 되찾고파" 극우 시위대 폭동

영국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반이슬람 성향의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 지지자 수백 명이 사우스포트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 물건을 던지거나, 경찰 차량을 부수고 불태웠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에는 이들이 "우리는 우리나라를 되찾고 싶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는 경찰에게도 유리병과 벽돌을 던졌고, 이를 진압하던 경찰 39명과 경찰견 세 마리가 부상을 입었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 경찰 8명은 의식을 잃거나 골절, 뇌진탕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슬림 난민이 칼부림 범인"… 허위정보였다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29일 발생한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망한 세 명의 어린이. AP 연합뉴스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29일 발생한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망한 세 명의 어린이. AP 연합뉴스

폭동의 발단은 전날 영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 지역의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이다. 하루 전인 29일 사우스포트에서는 6~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댄스교실 행사가 열렸는데, 돌연 한 남성이 난입했다. 그가 휘두른 칼에 어린이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성인 2명도 중상을 입었다. 범인은 달아났다가 인근 랭커셔주 뱅크스 마을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범인이 '영국 웨일스 수도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이라고 발표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테러와 관련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그럼에도 영국 SNS에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졌다. "범인은 지난해 보트를 타고 영국에 들어온 17세 이슬람계 난민 신청자, 알리 알 샤카티(Ali-Al-Shakati)다". 범인의 아랍계 이름을 담은 소문은 틱톡, 엑스(X)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영국 사우스포트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범인은 17세 무슬림 난민 신청자 알리 알 샤카티"라는 허위 주장을 퍼 나른 엑스(X) 게시물. 이 게시물은 92만 회 이상 조회됐다. X 캡처

영국 사우스포트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범인은 17세 무슬림 난민 신청자 알리 알 샤카티"라는 허위 주장을 퍼 나른 엑스(X) 게시물. 이 게시물은 92만 회 이상 조회됐다. X 캡처

그러나 이는 허위정보였다. 경찰은 로이터에 "(SNS에 범인 성명으로 알려진) 알리 알 샤카티는 부정확한 이름"이라고 밝혔다. BBC도 "용의자와 이슬람의 관련성은 전혀 알려진 바 없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SNS 기업과 공적 감시 기관, 그리고 관련 법률이 콘텐츠 감시에 있어 목적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디언이 '가짜 이름'의 출처를 추적한 결과, 뉴스 채널인 듯 보이지만 정체불명인 웹사이트 '채널3나우'가 진원지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신뢰성 있는 뉴스 채널로 포장된 사이트가 허위정보를 확산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드 데이컴 킹스칼리지 교수는 "SNS 이용자 개개인도 허위정보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가짜 미디어 사이트는 종종 노골적 거짓말에 신뢰성을 더해 왔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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