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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연료였던 아빠"... 쿠팡 과로사 의혹 산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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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연료였던 아빠"... 쿠팡 과로사 의혹 산재 신청

입력
2024.07.31 16:40
수정
2024.07.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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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뛰는 중" 쿠팡 지시받고 일한 故정슬기
"야간근무 가산 시 주78시간 일해" 과로사 주장
민주당 남양주 캠프 방문, 쿠팡 막으면서 대치도

고(故) 정슬기씨 부친 정금석(왼쪽)씨와 정씨의 산재 신청을 맡은 김종진(가운데) 노무사가 31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재해경위서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최나실 기자

고(故) 정슬기씨 부친 정금석(왼쪽)씨와 정씨의 산재 신청을 맡은 김종진(가운데) 노무사가 31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재해경위서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최나실 기자


쿠팡 노동자가 연이어 쓰러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숨진 고(故) 정슬기님 이전에도 지난해 10월 경기 군포시에서 배송기사가 과로사(추정)했고, 최근 제주에서도 1명 사망(물류센터)·1명 뇌출혈(배송)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로켓배송이 고강도 노동을 시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오죽했으면 정슬기님의 중1 큰아들이 "우리 아빠는 로켓배송 연료로 소진된 게 아니냐"고 했겠습니까.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쿠팡 새벽배송을 1년 2개월가량 하다가 심근경색 의증으로 숨져 과로사 가능성이 제기된 40대 배송기사 유족이 산재 신청에 나섰다. 최근 경북 경산시, 제주 등에서 쿠팡 새벽배송 시스템 관련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노동계와 정치권은 쿠팡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조속한 조치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정슬기씨 유족 등은 31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평균 노동 78시간 쿠팡 로켓배송 과로사 피해자인 정씨의 산재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네 자녀를 둔 가장 정씨는 지난 5월 28일 오후 출근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자택에서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대책위가 '과로사'를 주장하는 근거는 정씨의 장시간 노동과 업무 방식이다. 정씨는 생전 주6일, 오후 8시 30분쯤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했다. 자택 폐쇄회로(CC)TV 등 자료에 근거해 정씨의 주당 노동시간을 산정한 결과, 사고 발생 전 4주 평균 78시간 26분, 12주 평균 74시간 39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용부 심혈관질병 인정 기준에 따라 '야간근무(오후 10시~오전 6시) 시 30% 가산'을 적용했을 때의 수치다.

고(故) 정슬기씨가 간접고용 원청 관계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과 나눈 대화 갈무리. 다른 배송기사가 오전 7시 내 배송을 끝내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CLS 직원이 정씨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정씨가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채널에 대해, "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송기사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운영하는 것이고, 직접적인 업무 지시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씨 사례는 예외적인 일탈 사례라는 취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고(故) 정슬기씨가 간접고용 원청 관계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과 나눈 대화 갈무리. 다른 배송기사가 오전 7시 내 배송을 끝내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CLS 직원이 정씨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정씨가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채널에 대해, "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송기사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운영하는 것이고, 직접적인 업무 지시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씨 사례는 예외적인 일탈 사례라는 취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대책위는 정씨가 '오전 7시' 배송 마감 엄수 등 쿠팡 시스템 탓에 높은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종진 노무사는 "정씨는 매일 오전 7시 업무를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렸고, 하루 평균 260개에 달하는 기프트(물품)를 뛰어다니며 배송해야 했다"며 "다른 배송기사가 시간 내 완료를 못 할 것 같다는 이유로 (원청이) 지원을 요구할 때도 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쿠팡에서는 배송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9일 경북 경산시에서 폭우 속에 배송하던 40대 여성 쿠팡 일일 배송기사(카플렉서)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제주에서는 18일 하루 사이에 쿠팡 서브허브(중간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심정지로 사망하고, 쿠팡 물품을 배송하던 기사가 새벽에 뇌출혈로 쓰러져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군포시에서 새벽배송 중이던 60세 쿠팡 퀵플렉서 기사가 숨지자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계와 정치권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새벽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정씨가 일했던 경기 남양주시 쿠팡 캠프를 현장 방문했으나 쿠팡 측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출입을 막으면서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환노위 간사 김주영 의원은 "고용부가 심야노동 핵심 시간대에 특별근로감독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국토부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위반한 쿠팡의 위수탁 계약서를 표준계약서에 기초한 계약서로 변경하도록 즉각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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