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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심했다고 생각 안 해, 자유민주주의에서 표현 제한 유감"

입력
2024.08.01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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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회계사 격정토로]
'문자 읽씹' 논란, "김여사 사과의지 없었다"
"민망한 극우인사들, 이명박·박근혜도 안그랬다"
"조국은 잡범, 정치적 해금 꿈 깨야"
"한동훈, 조언그룹 늘려 검사 시각 벗어나야"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지난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한동훈은 좌파인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7ㆍ23 전당대회가 가시화하자 “총선 참패 주범이 또다시 얼치기 좌파들 데리고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친윤 원희룡 후보는 “이모부가 좌파언론 설립자”라며 노골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9만 명이 넘는 한 후보의 팬클럽 ‘위드후니’에선 “윤석열 대통령도 좌파냐”며 들끓었다. ‘친윤 비대위원장’에서 ‘비윤 여당 대표’로 재탄생하기까지, 한동훈은 여권 안팎에서 매우 입체적인 정체성으로 규정돼 공격받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와 어울린 좌파로 지목된 인물은 비대위원으로 함께한 김경율 회계사다.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와 만난 그에겐 한 대표와 동병상련으로 얽힌 강한 믿음과 신뢰가 느껴졌다. 문재인 정권 시절 한 대표는 좌천을 거듭했고, 김 회계사는 ‘반(反)조국, 반민주당’을 외쳐 비슷한 처지였다. 김 회계사는 200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제기 등 참여연대의 대표적 재벌 공격수였다. 한 대표 역시 SK그룹, 현대차그룹 수사로 ‘재계 저승사자’ ‘대기업 저격수’로 불렸다. 서울지검 3차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 수사를 지휘하며 대대적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펼쳤다.

김 회계사는 전당대회 기간 논란이 된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에 대해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건전한 정치감각을 가졌다면 답변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러 어려움을 겪은 한 대표가 자신을 “던져버려도 됐는데 그러지 않아 고맙다”고 표현했다. “윤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면서도 인사 문제에 대해 “보기 민망할 극우 인사들이 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당대회 당시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에게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설’을 제기하며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 회계사가 윤 대통령 측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작년 상반기에 이미 대통령실로부터 인사검증자료 제출을 요청받았다. 용산에선 인물군 데이터베이스화 때문이라며 계속 재촉했다. 대선 때 시민사회 쪽에서도 일부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래저래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정작 등용된 사람은 없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검증과정에서 다 탈락했다는 건가.

“소위 중도좌파 성향들도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런데 항상 극우적인 움직임들, 이분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들은 것도 있다. 인사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면면들을 봐라. 듣기도 보기도 민망한 극우 인사들이지 않나.”

※김 회계사가 “원 전 후보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격을 일삼아) 정계은퇴해야 한다”고 말할 즈음 공교롭게 원 전 후보로부터 그에게 처음 문자가 왔다. 내용은 함구했지만, 사과 의미일 것으로 추정됐다.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한 대표의 경우 안팎의 견제 분위기를 원래부터 의식하고 있었나.

“한 대표가 충북 진천에 법무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있을 때 주변 지인이 한 검사와 통화해 볼 거냐고 이야기했다. 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모펀드 비리 의혹을 제기해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을 때니까 서로 감정을 공유해보라는 취지로 이해했다. 문자 교환을 하는 사이가 됐다.”

-마리 앙투아네트 언급으로 파장이 컸는데 심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단호한 어조로). 그 말은 촛불집회 때 참여연대 모 교수가 얘기했던 내용이다. 프랑스혁명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 자유ㆍ평등 이런 게 아니라 감성적 사건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감성을 자극한 측면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명품백 사건은 경각심을 일으켜야 할 사안이었다.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이런 것과도 다르다. 국민 정서를 감안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자유민주주의에서 표현이 제한되는 건 대단히 유감인데, 이것으로 보수진영의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서울 마포을 출마를 접은 건 한 위원장과 상의한 것인가.

“전혀 아니다. 부담을 주기 싫은 것도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로 보수 유튜버들이 날 쫓아다니며 괴롭혔고 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탄 택시를 발로 차기도 했다. 불출마선언을 하자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전화를 걸어 시종 ‘하하하하~ 불출마는 본인 뜻이죠?’ 묻기에 ‘네’ 라고 했더니 ‘저는 방송에서 그렇게 얘기합니다. 기자들이 물어볼 것 같아서 하하하하~’ 웃더라. 기괴하고 소름이 끼쳤다. 당신이 감히 출마를 해? 이런 것으로 느껴졌다. 당내에서 김경율 출마하면 안 된다, 험지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마포을보다 더 험지가 있나. 호남밖에 없지 않나. 말할 수 없는 공격이 이어졌다.”

-김 회계사 발언으로 대통령 부부와 한 대표 간 충돌이 시작된 건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과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된 김 여사 문자 중 첫 번째인 1월 15일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다’고 나오지 않나.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취임 1주일도 되기 전에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보도됐다. 아직 법무부 장관이던 12월 29일 국회 방문 때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시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 게 조건부 특검 수용으로 왜곡된 것이었다.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명확했다.

-한 대표가 당권도전에 나서면서 채상병 특검법 ‘대법원장 추천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당선된 뒤 실천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본인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밥을 해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수 의원들을 설득해가는 민주적 과정도 있어야 한다. 좌초한다면 한 대표 뜻이 바뀌거나, 108명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둘 다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내가 아는 한 대표는 의지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 몇 달 안에 한 대표 주도로 여당의 수정안이 발의돼야 한다고 보나.

“의미 있는 기간이 있을 것이고 발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바뀐 모습을 보이고 민의를 수렴해내려면 108명 전부가 아니더라도 과반 이상이 나서 발의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과 충돌이 불가피해질 게 아닌가.

“원희룡 후보도 레드팀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레드팀 역할은 비판이고 좋게 말하면 수평적 의견 교환과 토론이다. 이걸 내부 총질로 매도한다면 정당이라 할 수 없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선 특검을 용인하는 순간 탄핵 물꼬를 튼다는 비판이 많다.

“나쁜 버릇이다. 자꾸 TK, 영남 민심으로 호도한다. 본인들 생각일 뿐이다. 특검으로 가는 게 탄핵의 길이라면 안 받아들인다고 가는 길이 없어지나. 사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나. 탄핵 갈 일이 아니라면 특검을 통해 그 점이 밝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채상병 사건의 경우 총선 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다거나, 국회청문회에서 중요 인물들이 다 증언을 거부하는 이런 게 사안을 키운 것 아닌가.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개인적으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운동을 했고 조국 사태로 참여연대를 탈퇴했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때의 마음과 달라진 게 있나.

“질문이 혹시 후회하냐는 의미라면 후회는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민주당 간부가 지어준 내 별명이 ‘노빠꾸’다. 칭찬으로 삼고 있다. 내가 결정한 일을 후회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이다. 소위 진보진영에 있던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 건 나의 많은 것을 내건 것이었다.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고, 원론적 차원에서 변함이 없다. 윤 정권이 성공할지 기준은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느냐, 좀 더 합리적이고 개혁적 방식으로 방향전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조국 대표가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금됐다고 다들 평가한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강한 어조로). 본인을 역사의 심판, 정치적 심판, 그런 맥락으로 얘기하는데 사법적 심판의 영역은 전혀 다르다. 범죄의 질적 성격에 정치, 역사적 영역은 없다. 잡범이다.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된다. 꿈 깨시라 말하고 싶다.”

-한동훈 체제가 시작됐는데 김 회계사도 참여해야 하지 않나. 만나거나 연락하고 있나.

“없었다(7월 29일 오전 현재). 당선축하 문자는 보냈고 간략한 답신만 왔다. 내가 최소 1년은 이름을 안 남기는 게 한동훈을 도와주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한 대표처럼 어려운 정치적 기회와 위기를 맞은 경우도 드물다.

조언자 그룹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옆에서 누가 자문하는지가 중요하다. 제가 볼 때 많지 않은 것 같다. 검사로 지내왔으니 재벌 수사한 입장에선 그게 맞을 수 있지만 이젠 바뀌었다. 나경원 공소취소 부탁 논란에서 느꼈는데, 검사적 시각이 남아 있다. ‘당신은 OO사건’식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게 그것이다. 3선, 4선 경험 있는 중진 의원들을 옆에 뒀으면 좋겠다.”

박석원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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