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퇴행적 언론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늘 발의한다. 국회 표결이 2일이나 3일로 예고되면서 이 위원장은 임명 사흘 만에 탄핵소추될 위기에 처했다. '어차피 임명과 탄핵'은 예상된 것이라 해도 국민이 언제까지 이 식상한 강행 정치를 지켜봐야 할지 걱정된다.
이 위원장은 함께 임명된 김태규 상임위원과 ‘2인 체제’ 방통위를 가동하고, 오는 12일 임기가 끝나는 방문진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했다. 그는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 “언론은 흉기”라며, 윤 대통령과 대립해온 MBC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사흘 만에 탄핵소추되더라도 MBC 경영진 인사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위해 임명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따라 춤추는 공영방송의 문제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식의 ‘방송장악’은 공영방송의 신뢰 추락과 정권에 대한 반감만 키웠음은 역대 정권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법이 정한 ‘5인 체제’가 아닌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공영방송 안팎은 전쟁터가 됐다. 보수성향 인사라도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인물이 아니라, 편향된 발탁이 반복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MBC 재직 시절 노조 탄압과 여론조작 시도, 왜곡된 역사관,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으로 질타받았다.
민주당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곧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이 위원장도 전임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처럼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기형적인 사태가 반복되면서 방송 및 통신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너희도 집권할 때 그러지 않았느냐’라며 상대방 탓만 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행 ‘방송3법’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권한을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소통이며 통합이다. MBC, KBS가 정권 친화적인 보도에 치중한다고 해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여긴다면, 국민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