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 위원장이 그제 임명되자마자 하루 만에 탄핵카드를 들이민 것이다. 본회의 보고 24시간 뒤인 오늘, 탄핵안 처리는 가능하다. 야당 반대를 개의치 않고 인선을 강행하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당장 의결한 데 따른 대응이지만 22대 국회 들어 야권의 탄핵안 발의는 벌써 7번째이고, 방통위원장에 대해선 직무대행을 포함해 4번째다. 야당이 어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표결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다시 시작했다. 민생이 어려운데 민의를 대변할 국회는 ‘무한 전장(戰場)’이 돼 무엇 하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건 도가 지나치다. 행정부 견제의 고유기능을 보복과 방탄에 악용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남용할수록 그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에서도 탄핵 폭주는 멈춰야 한다. 제도의 정상적 순기능을 넘어 국정 마비를 노린다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이미 민주당은 오는 14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재명 전 대표 사건의 수사검사 3명도 곧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부른다고 한다. 공직자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 위반일 경우로 엄격히 제한됨에도 미약한 근거로 추진부터 한다면 이게 ‘탄핵 중독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치권이 탄핵과 필리버스터를 ‘조자룡 헌 칼’ 쓰듯 반복하는 한 여론의 불신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정치가 상대의 굴복을 강요하는 ‘치킨게임’에 몰두하는 사이, 정작 국민은 '여의도발 스트레스'를 피해 올림픽 낭보를 찾아보며 어려운 삶을 달래는 처지다. 여야는 정쟁과 파행의 악순환을 끊고 냉혹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근본적 문제는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는 점이다. 대통령과 여야 수뇌가 머리를 맞대지 않고는 해결될 현안은 거의 없다.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영수회담 또는 여야 대표회담의 필요성을 피해 갈 수 없다. 정국이 꽉 막혔을 때 톱다운 방식으로 돌파구를 열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민생을 외면한 채 어디까지 후안무치할 건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