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지난달 19일,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 앞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댕기흰찌르레기’ 두 마리가 발견됐다. 새장에 담긴 채 발견된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몰래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댕기흰찌르레기는 인도네시아 발리섬 자연보호구역에 적은 수가 분포하는 종으로,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 1급,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등급에 포함된 멸종위기종이다.
CITES 1급에 속하는 동물은 학술, 연구 목적 거래만 가능하고 개인 사육은 금지돼 있다. 아직 댕기흰찌르레기가 어디로 가 보호받을지는 결정된 바 없다.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의 유기동물 관리 절차에 따라 열흘간 청주시가 보호하고, 그 이후에는 환경부 등과 상의해 보호 장소를 결정하게 된다.
동물원에 동물이 유기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체로 자라면 크기가 커져 관리가 어려운 대형 육지거북은 동물원에 버려지거나 기증 요청이 쇄도하는 종 중 하나다. 심지어 불교의 ‘방생’이라는 미명 하에 자연에 버려진 붉은귀거북은 생태계교란 생물로 살생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6월 경북 영주시에서는 유기된 사바나왕도마뱀을 악어가 나타난 것으로 오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CITES 2급으로 분류되는 사바나왕도마뱀은 포획돼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됐다. 국립생태원은 2021년부터 CITES 종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밀수되거나 불법거래 과정에서 적발된 동물로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다.
멸종위기종이 아닌 외래 야생동물이라고 유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법정관리 종이 아니다 보니 상업적 번식과 거래가 더욱 공공연하게 허용되고, 무분별하게 사육하다가 유기하는 현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2022년부터 약 2년간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접수된 외래동물은 포유류만 해도 200건이 넘는다. 이달 초 전북 장수군에서 논밭에 유기된 미어캣이 동물보호센터로 입소했다가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인계됐다.
문제는 개인이 키우다가 버려지는 야생동물 관련 규정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방사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외래 야생동물을 유기했을 시 처벌 기준은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그저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사바나왕도마뱀, 미어캣 등 외래 야생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래 야생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단순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태계 교란 위험까지 야기한다는 점에서 야생생물법에 처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버려지는 외래 야생동물을 구조,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직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국에 10개소가 운영 중인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우리 자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고 가능한 동물은 방사하는 것이 운영 목적이지 유기된 외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은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설사 외래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입소시키는 동물보호센터가 있다고 해도 종별로 적합한 보호시설이나 먹이, 관리 방법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소유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야생동물은 개와 달리 등록도 되어 있지 않고 개체의 식별도 어려워 진짜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야생동물 카페 등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가 금지되었고, 제도 강화로 인해 문을 닫게 되는 시설에서 유기나 방치될 위험이 있는 동물의 보호시설을 국가가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미 올해 1월 국립생태원에 문을 열었고, 오는 2025년에는 옛 장항제련소 부지에 추가로 외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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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시설이 생기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정해진 공간에 수용 가능한 개체 수는 정해져 있다. 유기되는 야생동물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면 보호소만 계속해서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생동물은 애초에 애완이나 관상 목적으로 기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데, 개, 고양이처럼 한 쪽에서는 끊임없이 구조하고 한 쪽에서는 끊임없이 버려지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유예기간을 적용받은 야생동물 카페에서 길러지는 동물은 번식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내장 칩을 삽입해 유기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이 기르는 동물도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했다가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경우 내장 칩을 삽입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수입, 판매, 보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종을 제한하는 ‘백색 목록’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종은 엄격히 규제하고, 기르려는 사람은 사전교육을 이수해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등 사육자의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인식을 개선해 야생동물을 애완 목적으로 사육하려는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제도를 강화한다고 해도 수요가 존재한다면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밀수도, 유기도 결국 야생동물을 애완 목적으로 사육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존재한다. 아직도 가정에서 기르기 부적합한 종의 동물을 사육하는 것을 ‘반려’로 포장하는 동물 프로그램이 여과 없이 방송된다. 최근에는 희귀동물 사육을 홍보하는 개인 방송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있다고 한다.
야생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계와의 협업도 필요해 보인다. 올해 2월 국립생태원과 전국 13개 공영동물원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불법으로 사고팔지 말아 달라’고 홍보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수 근절 캠페인을 실시했다. 야생동물과의 ‘생태적 거리 두기’에 대한 지속적인 대국민 교육과 홍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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