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크래비티 등 다수 연예인, 경호 인력 '과잉 경호' 논란에 곤욕
재발 방지 약속에도 반복되는 논란, 외주 사설 경호 업체 의존 시스템 개선 필요성 대두
지난달 배우 변우석이 출국 과정에서 벌어진 '과잉 경호' 논란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변우석의 경호를 맡았던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들이 공항 게이트를 통제하며 일반 승객들에게 플래시를 쏘고 승객들의 항공권을 검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당초 해당 경비업체 측은 일반 승객들에 대한 항공권 검사, 게이트 통제 등이 공항경비대와 협의된 사항이라 주장했으나 해당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지며 공분을 샀다.
이 가운데 경호원들의 과잉 경호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되는 등 논란이 확대되자 변우석 측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불편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이며 공항 입출국 과정에 경호 인력을 대폭 축소했다. 논란이 된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들은 현재 경찰 및 인천공항경찰단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은 비단 변우석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그룹 크래비티 역시 경호 업체 직원의 과잉 경호로 입방아에 올랐다. 크래비티의 입국 과정에서 경호원이 미성년자 팬에게 폭력을 가했고, 이로 인해 해당 팬이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제기되자 소속사 측은 즉각 해당 경호 업체와 협력 관계를 종료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경호 프로토콜 및 교육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이들 외에도 연예인 경호를 맡은 경호원들의 팬들에 대한 과잉 진압, 폭력적 경호 논란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공항이나 행사, 콘서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연예인들에게 신변 보호를 위한 경호 인력 배치는 불가피하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위협 행위를 방지 및 대응하고 많은 팬들이 몰린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며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팬들이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혹은 과도한) 통제나 폭력적 대응이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매번 비판이 불거지고, 소속사에서는 경호 인력의 교체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이 벼슬이냐'라는 볼멘 소리까지 터져 나오는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반복되는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의 가장 큰 이유가 소속사들의 위탁 경호 시스템에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소속사에서는 사설 경비 업체에 소속 연예인들의 경호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경호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사설 경비 업체가 연예인들의 경호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들의 내부 시스템과 경호 인력 관리가 곧 연예인 경호 환경과 직결되는데, 정작 상당수 사설 경비 업체들의 인력 관리 체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이는 단순히 경호 인력의 전공이나 자격 여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연예인은 물론 팬들과 시민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야하는 직군인 만큼 직무 도덕의 필요성이 높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각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교육 및 관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서대학교 경호비서학과 지치환 교수는 본지에 "대학 등에서 정규 교육을 받아야만 경호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모두가 현장에서 완벽하게 경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탁 사설 업체 소속 경호원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나, 못 받았나만 두고 지적하기엔 편협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경호에 필요한 기능적 부분은 시간을 투자하면 습득할 수 있다. 다만 각 직무마다 요구되는 직무 도덕 등 개인적인 인성의 부분은 시간과 개인의 노력, 멘토의 존재 등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부분이 현재 국내 경호에 있어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경호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무 도덕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지 교수는 "대부분의 소속사들이 사설 업체에 경호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경호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설 경호 업체의 경우 수익적 측면에서 내부 인력을 정식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호원들도 상당수다. 때문에 경호원들에게 필요한 현장 및 직업 윤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셈"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비슷한 논란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날이 갈수록 국내 연예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연예인 경호에 대한 필요성 역시 계속 높아질 전망인 가운데,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사설 업체들의 내부 교육 체제 강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경호 업무에 대한 소속사 및 경호 인력의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 사설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경호 시스템을 소속사 산하로 편입시켜 소속사 차원에서 인력을 관리하는 것이 상황을 타개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지 교수 역시 "비슷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연예인의 의전이나 경호,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자체적인 경호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1년 내내 경호가 필요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호 역량을 갖춘 인물이 의전 업무를 함께 소화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책을 강구해 앞으로는 보다 책임감 있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경호를 진행하는 것이 재발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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